"환적화물 운송료 안 올리면 수송거부" 부산항 물류대란 우려
운송업체들 내달 운송거부 예고…단거리운송·위탁차주도 동참할 듯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에 '물류대란'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수송하는 중소업체들이 운임 현실화를 요구하며 다음 달 집단운송거부를 예고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길영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협회 트랙터분과위원장은 "15개 환적화물 전담 운송업체와 단거리운송업체 대표들, 5개 위탁차주회장 등이 회의를 열고 운임 현실화와 선사와 터미널의 횡포에 공동대응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대형운송사들이 환적화물 운송료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차를 세울 수에 없다"며 "다음 주 초께 대형운송사들 앞으로 내용증명을 보내 공식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인상되는 운임은 고용 기사와 개인차주들에게 전액 지급하기로 업체들이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운송거부가 현실화하면 부산항의 환적화물 수송은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전문적으로 실어나르는 트레일러는 모두 300여 대이다.
울산, 경남 창원·김해·양산 등 부산과 가까운 지역의 수출입화물을 주로 수송하며 환적화물도 실어나르는 단거리운송업체 차량은 500여 대에 이른다.
개인차를 갖고 대형운송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위탁차주까지 운송거부에 동참하면 2천대가 넘는 트레일러가 멈추게 된다.
한 대형업체 위탁차주회 대표는 "비현실적인 운임 수준, 터미널 내 상·하차 지연, 빈 컨테이너 청소와 수리를 기사들에게 떠넘기는 선사들의 횡포 등은 모든 업체와 기사들이 함께 겪는 문제여서 환적화물 운송업체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피트짜리 기준으로 연간 1천만개를 넘는 부산항의 환적화물 가운데 130만개 가량은 한 부두에서 다른 부두로 옮겨 배에 실어야 한다.
이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 부두 장치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선사들도 하역과 운항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등 물류대란이 벌어진다.
운송업계는 "환적화물용 단거리 운임이 워낙 형편없어서 중장거리를 운행하는 기사들이 환적화물 수송에 대신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운송거부가 벌어지면 환적화물 수송은 대부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부산신항에서 환적 컨테이너를 실어주고 받는 운임은 20피트 기준으로 1만2천500원에서 1만7천500원 사이다. 40피트짜리는 1만6천500원에서 2만1천500원 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소업체에 환적화물을 하청주는 대형운송사들은 선사들의 눈치를 보며 아직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해당 업무가 아니라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업체들은 주장했다.
이길영 위원장은 "운임 현실화와 터미널의 상·하차 지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지금까지 1천500여 명이 참여했다"며 "12일 부산항만공사에 서명부를 먼저 전달했고,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도 만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는 환적화물 수송중단 사태를 막고자 업계와 만나 조율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오랜 시간 쌓인 문제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정부가 항만과 육상의 연계수송 등 물류 전반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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