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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구속되자 말문 연 安…개입설·정계은퇴론엔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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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구속되자 말문 연 安…개입설·정계은퇴론엔 '선긋기'

"책임지겠다" 면서도 구체적 행보는 여전히 '모호'

입장발표 '실기' 지적도…여론악화·黨 지지하락 압박 느낀듯

대선패배 후 정치인생 최대 위기…당 재건 역할이냐, 자숙이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2일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 16일만에 입장을 표명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으로 사실관계의 윤곽이 드러나 입장발표를 정했다는 것이 안 전 대표 측 주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하는 상황에서 재빨리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계은퇴론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일단은 선을 그은 가운데,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질지 당 혁신과 재건 과정에 투신하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지 이후 행보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왜 16일 끌었나" vs "사실관계 정확히 알아야 했다" = 그동안 안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 '이미 실기했다'는 지적이 적잖이 흘러나왔다.

그때마다 안 전 대표 측 주변에서는 "아예 초기에 입장을 밝혔으면 모를까, 지금은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전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당사자와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입장 표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안 전 대표는 설명했다.

안 전 대표 측 채이배 의원 역시 기자들과 만나 "구속 상황을 보면서 사실관계가 보다 명확해 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오늘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결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법원까지 (그런) 판단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을 근거로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이나 안 전 대표를 겨냥한 비난 여론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입장발표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특히 구속영장 발부 후 이번 사태에 국민의당 '윗선'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거세지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실제로 검찰이 국민의당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자 안 전 대표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나로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의혹) 기자회견이 있던 당시 나는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 생중계를 본 국민은 다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모든 것 짊어지겠다"…정계은퇴론에는 거리두기 = 이날 안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 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안 전 대표의 설명을 종합해 봤을 때 정계은퇴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더욱 우세한 상황이다.

안 전 대표는 '정계은퇴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가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변, '역할'을 찾겠다는 데에 방점을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 안 전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당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견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책임을 지겠다고는 하는데, 일단 정계은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책임을 질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사전이 몰랐다고는 해도 당시 대선 후보로서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 정치인생 최대위기 安 돌파구는…자숙모드냐, 당 재건 투신이냐 = 이번 사태로 안 전 대표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린 셈이 됐다.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안 전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하면서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여기서 시작된 '안철수 현상'을 전면에 내세워 2012년 대선에서는 '새정치'를 내걸고 대선에 도전했으나, 결국 완주하지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놓는 등 실패를 맛봤다.

2013년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안 전 대표는 이후 민주당에서 대표직까지 지냈으나 2015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탈당,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며 안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돌풍의 중심이 됐지만, 총선 직후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추락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한때 문 대통령과 '양강 구도'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결국 3위로 낙선했으며, 여기에 이번 '제보조작 의혹'이 겹치자 공공연하게 정계은퇴 얘기가 나오는 등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일단 이날 회견에서 안 전 대표가 정계은퇴에는 거리를 뒀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당분간 재판을 지켜보면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구체적인 이후 행보를 당에 얘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이른 시일 안에 당 혁신과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존재감을 키워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힘겹게 만든 다당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 역시 낮은 자세로 당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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