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기본운행 9시간으로…경기 '버스 안전운행기준' 마련
4시간당 30분 휴식…경기도, 버스회사에 적극 권고키로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과다한 근무시간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버스운전사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자 경기도가 '노선버스 운전자 안전운행시간 기준'을 만들어 업계에 적극적으로 권고하기로 했다.
12일 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전문 기관에 의뢰한 연구용역을 통해 근로기준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을 토대로 이같은 기준안을 만들었다.
기준안을 보면 1일 기본 운행시간은 9시간으로 하되 매주 2차례까지 최대 13시간까지 운행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연속운전 시간은 4시간(특이 상황 발생 시 1시간 연장 가능) 이내로 하도록 정했다.
운전자들의 휴게 시간은 지난 2월 28일 개정돼 시행에 들어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시행규칙에는 1회 운행 후 10분 휴식, 4시간 운전하면 30분 이상 휴식, 2시간 연속운전 시 15분 이상 휴식, 퇴근 후 다음 출근 때까지 최소 8시간 휴식 보장 등으로 돼 있다.
도는 이 운행시간 기준을 최대한 따르도록 다음 달부터 각 버스업체에 권고하기로 했다.
도가 이같은 기준안을 만들어 권고에 나선 것은 열악한 경영 여건 때문에 운전사들의 장시간 운전을 막거나 관련 법이 정한 휴게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버스업체에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의 휴게 시간 규정을 어기면 운수사업자에게는 180만원, 운전사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도내 버스업체는 이를 대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
도 등 지자체도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위반한 업체를 적발한 사례가 없으며, 실질적인 단속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한 버스업체 대표는 "운전사들의 휴게 시간 규정은 격일제 또는 2일 근무 후 1일 휴무제를 하는 경기도 업체 여건에는 맞지 않는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휴게 시간 규정이나 운행시간 제한 등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내 버스업계는 낮은 급여, 긴 근무시간 등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조사결과 도내 버스운전사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서울과 인천의 9시간보다 긴 11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버스운전사들의 근무시간이 서울과 인천보다 긴 것은 준공영제 시행으로 1일 2교대를 하는 서울 등과 달리 경기도는 1일 16.5시간씩 이틀간 일하고 하루 휴무하거나 격일제 방식으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버스운전사들의 월평균 급여도 서울 385만원, 인천 308만원인데 비해 경기도는 293만원에 불과하고, 버스 1대당 운전자 수도 서울이 2.24명, 인천이 2.23명이지만 경기도는 1.62명에 그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관련 법 규정을 근거로 운전자 휴게 시간 보장 여부 등을 단속하면 도내 업체 가운데 적발되지 않을 업체가 없을 것"이라며 "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도가 마련한 안전운행시간 기준을 따르도록 각 업체에 적극적으로 권고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또 "업체들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에 있는 휴게 시간 보장 기준을 지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최대한 따르도록 점검 및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도내 버스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준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올 12월 도내 광역버스부터 준공영제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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