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공립학교에 여학생 스포츠 과목 개설"…'금기' 풀리나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공립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도 사립학교 여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사우디 교육부는 "공립학교에 스포츠 과목을 '점진적으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가 11일 전했다.
다만 여학생 스포츠 과목 개설이 의무적인 것인지 아니면 방과후 개설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런 결정은 모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자가 이끄는 '비전 2030 계획'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계획은 사우디의 사회와 경제 전반을 폭넓게 점검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앞서 사립학교들은 4년 전 여학생 대상 스포츠 교과목을 도입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수년간 여성 인권 신장과 스포츠 참여 확대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기도 하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사우디에서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은 사우디에서는 여전히 금기 사항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은 여성의 스포츠 활동이 '무례한' 것이며 '남성 우위' 사회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사우디 여성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팀을 꾸려 참가한 바 있다.
가족의 허락 등으로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사우디 여성들에게는 사치다.
지난 수년간 몇몇 사설 스포츠 클럽이 생겨났다.
그곳에서 여성들은 농구 게임을 즐긴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수년 사이 여성 전용 실내체육관 개관을 허가했다.
하지만 체육관 이용료가 비싸 여성 대부분은 이용하지 못한다.
리야드의 한 여자대학은 교내에 커다란 실내체육관과 야외 축구 경기장, 달리기 경기장, 실내 수영장 등을 갖췄다.
사우디 여성에 대한 개방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엄격한 제한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들의 운전은 여전히 금지돼 있다.
여성들은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에서 '가족 전용' 자리에만 앉을 수 있다.
사우디 초중고교와 대학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분리해 교육하고 있다.
외국인이나 부유층 거주 지역 공공장소에서 달리기를 할 수 없다.
남성 전용 운동경기장에 출입할 수도 없다.
사우디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아바야'(아랍인들이 옷 위에 두르는 긴 천)를 착용해야 한다.
여성 대부분은 검은색 베일로 머리와 얼굴을 덮어야 한다.
해외여행을 하려 할 때에는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여권을 발급받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남성 보호자는 주로 여성의 아버지나 남편이다.
이런 탓에 사우디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들의 삶을 쥐고 흔들고 있다.
여성 인권 신장을 요구하는 여성 운동가들은 남성 보호자 제도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들이 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국왕 자문기구이자 준입법기관인 슈라위원회는 지난 4월 여성 대상 스포츠 교육기관 설립안을 부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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