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 풍파' 윤석열, '적폐청산' 국정원과 다시 만나나
'적폐청산TF' 조사결과 따라 고발·수사의뢰시 검찰 수사로 이어질 전망
국정원, 법무부에 수사기록 요청…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칼끝 향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가정보원이 과거 그릇된 정치개입 사건의 자체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이들 사건이 다시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밀어붙이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좌천됐다가 정권 교체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윤석열 지검장이 또다시 국정원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지도 관전 포인트다.
12일 국정원과 정치권,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아래 꾸려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적폐청산 리스트를 확정하고 검찰이 보유한 관련 수사기록 열람·복사 협조를 법무부에 공식 요청했다.
적폐청산 리스트는 북방한계선(NLL)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정원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재판소 사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박원순 제압 문건, 좌익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등이다.
대부분 검찰 수사가 이뤄져 일단락된 사건들이지만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사건을 은폐·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온 사안들이기도 하다.
적폐청산 TF는 서훈 국정원장이 임명한 검찰 출신의 조남관 감찰실장이 이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과 호흡을 맞췄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부장검사도 TF에 합류했다.
적폐청산 TF는 검찰로부터 국정원 직원의 진술조서 등 수사기록을 협조받으면 이를 토대로 조사 방향의 큰 그림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수사기록 열람·복사에 협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내부 감찰 목적으로 보안 유지를 전제로 자료 요청을 해온 이상 법률상 외부 제공이 불가한 기록을 제외하고는 협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기록은 주요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외에도 대검찰청이나 다른 지방검찰청 등 여러 곳이 각자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폐청산 TF가 내부조사로 추가적인 증거와 진술을 확보해 의혹 사건의 진상을 새로 규명할 경우 검찰의 재수사나 추가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정원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관련자를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면 검찰이 자연스럽게 조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는 수순의 시나리오다.
이번 진상규명을 계기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지검장과 국정원의 '악연'이 새삼 관심을 끈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을 이끌다가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해 고검 검사로 좌천된 이력이 있다.
지난해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사에서 핵심 역할을 한 그는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주요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맡아온 점에 비춰 국정원 적폐청산 관련 사건 역시 윤 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윤 지검장 발탁이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를 일찌감치 염두에 뒀기 때문 아니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이 밝힌 13개 적폐청산 리스트에 더해 TF가 조사할 의혹 사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이 작성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장악' 문건 등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추가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 논란이 된 SNS 장악 문건 등을 2차 조사대상에 포함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의 칼끝은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들을 향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아 향후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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