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량 변호사
재현의 현재·초개일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불량 변호사 = '법정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존 그리샴의 2015년작.
서배스천 러드는 이름난 거리의 변호사다. 냉장고와 총기보관함을 탑재한 방탄 밴을 사무실로 삼고 남들이 꺼리는 사건을 맡는다. 교도소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업을 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자 판사를 살해한 무법자 링크, 경기에서 패하자 심판을 두들겨 패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격투기 선수 타데오…
러드는 진짜 범인을 잡을 증거를 얻고자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당한 법과 체제에 부당한 방법으로 맞서는 변호사. 작가는 법과 도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는 유효한지 묻는다.
"유명한 회사건 아니건, 큰 로펌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다. 변호사협회를 통해 착한 일을 하는 인물도 아니다. 나는 외로운 총잡이, 체제와 싸우고 불의를 증오하는 불량배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당신들의 아버지에게, 또 당신들에게 일어날 일 때문이다."
문학수첩. 강동혁 옮김. 552쪽. 1만4천원.
▲ 재현의 현재 = 문학평론가 이경재의 여섯 번째 평론집.
재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소설이 현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시대의 붕괴를 분명히 인식하지만 그 배후의 맥락과 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문학은 시적인 경향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때 장편소설은 경량화한다면서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와 '야만적인 앨리스씨',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경장편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제시한다.
"최근 창작된 경장편소설들은 전형적 인물의 일상적 삶의 세부들을 사건의 구체적 시간 속에서 묘사하거나 인간관계의 사회·역사적 복잡성과 환경을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당대의 현실의 중요한 지점을 다루고는 있지만 김사과와 황정은의 소설에서 나타나듯이, 이미지와 분위기를 통하여 시대의 실재를 환기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창비. 356쪽. 2만원.
▲ 초개일기 = 시인이자 무용평론가·화가로 활동한 김영태(1936∼2007)의 일기를 엮은 책. 무용·음악·미술·문학·영화·사진 등 여러 예술 장르에 대한 관심과 소소한 일상을 간결한 문체로 기록했다.
"나는 구두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가 신고 다니는 구두는 남자 구두가 아니라 사이즈가 큰 여자 구두이다. 내 발이 작기 때문이다. 237밀리면 족하다. 보통 여성들은 235밀리를 신는다. 구두 뒷굽이 높은 것을 나는 선호한다."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고인의 그림 40여 점을 모은 추모전 '초개와의 동행'이 23일까지 열린다.
눈빛. 44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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