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임원들, 박근혜 재판서 검찰·특검 진술 일부 번복
이영국 "김재열, 영재센터가 BH 관심사니 잘 처리하라 지시"
특검 "작년 박근혜-이재용 3차 독대 전후해 朴-崔 8번 통화"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삼성 관계자들이 검찰이나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때의 진술을 일부 뒤집었다.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이 차례로 증언을 거부한 데 이어 법정에서 입을 연 증인들은 '검찰이나 특검에서 진술을 잘못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1일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를 증인으로 신문했다.
검찰은 이 상무가 조사 당시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정윤회가 힘을 잃고 최순실이 전면에 등장했으며, 최씨가 김종 차관의 배후라는 소문이 퍼져 체육계의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공개했다.
이 상무는 이날 검찰이 "사실대로 진술한 것인가"라고 묻자 "그 부분은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어서 사실을 확인하거나 안 다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재차 "이런 소문을 들은 건 맞느냐"고 확인하자 "들은 것도 같고, 안 들은 것도 같은데, 진술조서 확인을 제대로 못한 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박 전 대통령 측이 거듭 "그런 소문을 들은 건 맞느냐"고 묻자 "진술은 그렇게 했는데, 승마협회 부회장이던 제가 모른다고 하기도 좀 그래서…(그렇게 진술했다)"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검찰에 이어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도 진술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특검 조사를 받을 때 독감이 아주 지독하게 걸려서 조사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상무는 삼성이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에 관여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는 과정에 개입한 인물이다. 그는 이날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으로부터 영재센터가 "BH의 관심사니 잘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증언대에 선 임대기 제일기획 대표도 특검 진술을 뒤집었다.
임 대표는 특검에서 "2015년 1월 P호텔 일식당에서 김종 차관을 만나 식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장에 내정된 이후 장충기 사장의 지시로 임 대표가 박 사장과 함께 김 전 차관을 만난 것으로 본다.
임 대표는 그러나 이날 "법인카드 사용 내역서를 보니까 1월에 P호텔에 간 기록이 없다"며 진술을 바꿨다.
그는 재판부가 "특검에서는 그런 생각이 나서 진술을 한 것인가"라고 묻자 "특검이 날짜를 특정해서 물어보고, 장충기 사장이 그걸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 해서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해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독대를 전후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8차례 차명폰으로 통화한 내역을 전날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1, 2차 독대 때도 대포폰 통화 내역이 있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조회 시한이 지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작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독대를 전후해서도 11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과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만나 영재센터나 K스포츠재단의 지원을 요청한 배경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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