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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여름] ② 1도라도 더 낮춰라…갖가지 폭염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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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여름] ② 1도라도 더 낮춰라…갖가지 폭염 대응법

20년간 나무 3천만 그루 심고 옥상 녹화에 담 허물어 녹지 확보

쿨링포그, 그늘막 텐트 등 선보여…대구시 무더위 대응 비법 전수 나서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대구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 들어 대구에서는 지난 5월 29일 낮 최고기온이 처음으로 33도를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20여일 이른 기록이다.

최근 장마전선 영향으로 비가 간간이 내렸으나 숨이 컥컥 막힐 만큼 후텁지근한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 들어 밤사이 최저기온 25도 이상 유지하는 열대야도 나타났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 연속 열대야로 시민은 밤잠을 설쳤다.

폭염 경보가 내린 지난 11일 대구 도심에 있는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한 이 날 소나무 등 나무 4만1천여 그루가 울창한 이 공원으로 무더위를 피하려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점심을 먹은 직장인은 나무 그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책하는 여성도 보였다.

시민 김모(46)씨는 "대구가 무더위로 유명하나 나무도 많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는 나무 그늘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다"고 말했다.

대구 동·서를 관통하는 달구벌대로 만촌네거리∼계명대역(9.1㎞) 구간에는 도심 바닥 온도를 낮추려 수시로 물을 뿌려주는 클린로드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다. 2011년부터 대구시가 폭염 등에 대비해 지하수를 재활용해 가동하는 시설이다.

분사 노즐에서 나오는 물이 분수처럼 양옆으로 뿜어져 나오면 도로 바닥은 순식간에 흥건하다.

지난달 1일부터 하루 3차례, 폭염특보 발령 때 하루 4차례 가동한다.


여름 찜통더위가 유명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고 하는 대구에서 담 허물고 나무 심기, 시원한 마실 물 공짜로 나눠주기, 교차로에 그늘막 텐트 설치 등 갖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 초록 바람으로 열 식힌다…나무 심고 쌈지공원 만들고 옥상 녹화하고

도시 전체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려는 노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무 심기다.

대구시와 시민은 힘을 합쳐 도로변 또는 담을 허문 자리, 건물 옥상 등을 여러 종류 나무로 채웠다. 동네 곳곳마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빈터 등도 작은 공원으로 바꿨다.

무더위 완화를 위한 초록 바람이 본격 불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시는 1996∼2006년 민간단체와 함께 '제1차 푸른 대구 가꾸기 운동'을 벌여 공원, 아파트, 공장, 학교 등에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등 나무 1천여만 그루를 심었다.

그 뒤 2016년까지 단계로 제 2·3차 운동을 진행해 2천300만 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이런 노력이 더해진 덕분에 도심 녹지율은 16.09%(2015년 말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시는 숲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부터 2021년까지 제4차 운동을 벌여 1천만 그루를 더 심는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담 허물기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녹지 확보를 위한 갖은 방안을 고민한 끝에 시도한 이 운동은 전국에 유행처럼 번졌다.


시는 1996년 서구청사 담을 없앤 것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관공서·주택 등 905곳 담 3만1천598m를 허물어 녹지 36만6천681㎡를 만들었다.

2002년엔 전국 최초로 달서구 대곡동 쓰레기 매립장(24만4천630㎡)을 1천700여 종 식물이 자라는 수목원으로 바꿨다. 도심 곳곳에 쌈지공원도 많이 만들었다.

2007년부터 시 산하 건물이나 민간 건물에 옥상녹화를 권장하고 있다. 이 결과 작년까지 공공부문 45곳, 민간부문 391곳에서 녹지공간 8만4천398㎡를 만들었다. 올해는 공공부문 4곳, 민간부문 34곳에 옥상녹화 사업을 한다.

대구시는 "2000년도에 실시한 연구에서 활발한 녹지공간 조성으로 대구 여름철 1일 최고기온이 30년 전보다 평균 1.2도가량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시는 2022년까지 기존 수목원을 3배가량 확장하고 혁신도시 46만㎡ 공간에 제2 수목원도 조성한다.



◇ 쿨링포그에 쿨루프, 그늘막 텐트까지…폭염대책 예산만 21억

해마다 여름이면 대구에서는 갖가지 더위 대응책을 시행한다.

2·28기념공원, 김광석 길 등을 찾으면 정수한 물을 안개와 같은 미세입자로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쿨링포그(Cooling Fog)를 경험할 수 있다.

2014년 국채보상공원에서 처음 등장한 뒤 지금까지 10곳에 설치했다. 조만간 앞산 공룡공원 등 2곳에 더 마련한다.

햇빛과 태양열을 반사하는 특수 도료를 건물 지붕에 칠해 외벽 온도를 최대 25도까지 낮춰주는 쿨루프(Cool Roof)는 시가 1억8천400만원을 들여 소방서 건물과 대구사격장, 보건환경연구원 등 8곳에 시공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도심 주요 교차로 16곳에 그늘막 텐트도 마련했다.

시는 2013년 여름부터 폭염특보 발효 때마다 냉동 탑차에 달구벌 맑은 물이란 병에 담은 시원한 수돗물을 싣고 다니며 도심을 오가는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작년 7∼9월 23차례에 걸쳐 12만5천720병을 시민에게 전달했다.

올해 대구시는 폭염대책 마련에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1억원을 사용한다.



◇ 더위 이기는 노하우 전도사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무더위 대처 경험을 쌓은 대구시는 다른 도시에 폭염 대응법을 알려주는 전도사 역할도 한다.

지난달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폭염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쿨링포그, 클린로드, 나무 심기 등을 소개했다.

작년 8월 대구에서는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국립기상과학원, 질병관리본부 등 6개 단체가 주관한 '국제 폭염대응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행사에는 기후변화·폭염 관련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해 폭염대응 대책을 집중 논의하고 폭염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른 도시보다 무더운 여름 날씨가 오히려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시민이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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