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사태' 직접개입 나선 美…틸러슨, 카타르 도착
국익 타격에 직접 중재 불가피…일방 편들기 어려운 '난처한' 상황
정유회사 CEO 출신 틸러슨, 걸프 인맥 총동원해 묘수 찾기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카타르 단교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오랫동안 주저하던 미국이 마침내 얽히고설킨 갈등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카타르에 도착해 나흘간의 걸프 순방을 시작했다.
멀리서 쿠웨이트의 중재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려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국익이 직접 침해되는 상황까지 오자 직접 개입에 나선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카타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를 방문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카타르는 고립된 당사자이고 사우디는 봉쇄 조치를 주도한 아랍권의 맹주이며, 쿠웨이트는 중재자를 자임했다.
글로벌 정유회사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걸프만 국가 지도층 내부에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어 뜻밖의 절묘한 해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우방들의 이해가 엇갈린 이번 사태에 대해 '난처한' 반응을 보이면서 직접 중재를 자제해왔지만, 테러리즘 소탕 작전이 카타르 사태로 큰 지장을 받게 되면서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관련국 중 카타르에는 미군의 대(對)이슬람국가(IS) 공습 거점이자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고, 바레인에는 이란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미 해군 제5함대가 주둔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장기화는 여러 면에서 미국에 큰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달 5일 시작된 단교 사태는 이제 한 달을 넘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
사우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수니 4개국은 카타르에 대해 ▲이란과의 사실상 교류 금지 및 이란 공관 폐쇄 ▲헤즈볼라·무슬림형제단·알카에다·이슬람국가(IS) 지원 금지 ▲터키 주둔군 철군 등 터키와 군사 협력 중단 ▲국영 알자지라 방송 폐쇄 등 13개 항의 외교관계 복원 조건을 전달했지만, 카타르는 이를 일축했다.
소국이지만 천연가스 부국인 카타르는 주변 4개국으로부터 경제적 봉쇄를 당한 것은 물론 영공과 영해마저 막혀 주권을 크게 침해당했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중동 내 독자적 위치를 인정받으려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테러 대응을 둘러싼 이해의 차이, 종파 갈등,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내부적 충돌 등으로 안 그래도 복잡한 이번 사태가 더욱 꼬인 것은, 중동의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를 위시한 4개국에 압박받던 카타르를 중동의 강대국인 이란과 터키가 옹호하면서 사우디 대 이란-터키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역시 틸러슨 장관이 직접 걸프만으로 날아가긴 했지만, 당장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틸러슨 장관의 보좌관은 AP 통신에 "틸러슨 장관은 당장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협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3개 항의 요구를 적어도 일괄 타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쿠웨이트와 협력하면서 다른 전략으로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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