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험시장 지각변동…사망보다 질병 대비 수요 커진다
사망보험금 받을 가족 줄고 질병·상해 위험은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이른바 100세시대가 열리고 있는 세계 최장수사회 일본에서 생명보험회사들이 사망리스크보다는 생존리스크를 반영한 보험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나섰다.
일본 생명보험회사들은 내년이 보험료 기준이 바뀌는 해다. 보험금지급 데이터의 기초가 되는 '표준생명표'를 10년 안팎 주기로 재평가하는데, 내년 봄이 그 시기에 해당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일정기간 내에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지불하는 정기형 보험료는 내려가는 반면, 병에 걸릴 리스크 고조를 반영해 의료보장 등을 하는 의료형 보험료에는 상승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물론 계약자 측도 살아있을 때 리스크에 대비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약자와 보험사들의 손익계산이 크게 변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표준생명표 2007년 판은 40세 남성의 경우 1천명당 연 1.48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내년 4월에 변경되면 1.18명으로 떨어진다. 병 조기 발견 등으로 20% 정도 40대 사망률이 낮아진다.
사망률 하락은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불 확률의 하락을 뜻한다. 일본·다이이치·메이지야스다·스미토모 등 4대 생명보험사를 비롯해 보험회사들은 신규계약자 사망보장 보험료 인하를 준비한다.
계산상 보장기간이 10년간인 정기사망보험이라면 5∼10% 보험료가 내려갈 전망이다. 언제 사망해도 보험금을 주는 종신보험은 인하폭이 1∼3%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보험은 사망에 대한 대비'라는 인식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장수화에 따라 계약자 측의 의식이나 수요에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본 생명보험문화센터가 남성이 가입한 사망보장 평균액수를 조사한 결과 2016년은 1천793만엔(약 1억8천180만원)이었다. 2007년(2천382만엔)보다 25%, 1996년과 비교하면 33% 각각 줄어들었다.
일본사회는 맞벌이 가족 증가와 출산율 하락으로 본인 사후에 가족에게 남기는 사망보험 액수가 현실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그에 따라 사망보험 수요는 약해졌다.
그 대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본인이 살아있을 때의 질병이나 부상 대비한 의료형 수요가 커졌다.
생명보험협회에 의하면 2016년도 의료보험 신규가입 계약수(355만 건)은 종신사망보험(351만 건)과 거의 동수였다. 종신사망보험은 5년 사이 1% 줄었지만 암보험은 33% 늘었다.
평균 여명이 늘어나고 고도의료가 도입되는 영향 등으로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생애의료비는 2006년 2천200만엔에서 2014년 2천600만엔(약 2억6천360만원)으로 증가했다.
병이나 부상으로 일할 수 없게 됐을 때 수입을 보장하는 보험도 주목받는다.
살아가는 동안 리스크가 높아지는 실태를 반영해 의료보험 등의 보험료는 이론상 높아진다.
그러나 의료보험은 보험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생명보험협회 네기시 아키오 회장(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사장)도 "회사마다 대응방식에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생명보험회사들에도, 계약자에게도 표준생명표는 장수사회의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 수치로 제시한다. 표준생명표 변경은 보험사에도, 계약자에게도 대처방식 변화를 요구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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