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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현後' G20 달랐다… 더 찢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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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현後' G20 달랐다… 더 찢긴 세계

트럼프 효과 있었지만, 숫자 면에서 美 고립

의장국 獨 메르켈 리더십 확인, 중국과 밀착

트럼프·푸틴 첫 대좌…시리아 등 난제 지속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현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흐름도 바꿔놓았다.

파리기후협정을 거부하고 자유무역에 소극적인 그의 견해는 다른 대다수와 대립하면서 종전과 다른 정상 성명을 이끌었다.

일부 언론은 정상들이 파국을 막으려 중간에서 타협했다고 썼다. 다만, 수(數)로 보면 대체로 19대 1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고립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초 성명 문구 하나하나는 트럼프 등장 이후 국제질서와 세력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 점으로 미뤄볼 때 트럼프 출현 후 세계는 올해 회의 의장국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말한 대로 "더 다극(多極)적"인 국제질서에 놓여 있음을 입증했다.

중국, 인도의 부상과 러시아의 견제, 그리고 유럽의 자립이 두드러져 가는 오늘, 미국은 모든 걸 만족스럽게 관철할 수 없었다.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태도 절충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2015년 합의한 이 협정을 "되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성명은 썼다. 협정 이행 의지도 강조했다.

미국은 탈퇴 결정을 다른 정상들이 "주목한다"고 밝힌 것, 그리고 자국의 화석연료 사용 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을 담는 데에서 멈춰야 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아니었다면 추가되지 않았을 문구여서 그 자체로 '트럼프 효과'를 낸 것이긴 하다.




그러나 각자 '마이 웨이'하는 문장 반영의 형식, 그리고 "되돌이킬 수 없다"라는 명시적 단어가 사용된 내용의 측면 모두에서 오히려 미국이 밀린 인상도 짙다.

트럼프와 악수 힘겨루기를 한 바 있는 유럽의 신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12월 기후변화 정상회담을 파리에서 열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고까지 했다. 정상회의를 마친 직후다.

의도한 것이든, 하지 않은 것이든 트럼프의 고립은 심화할 공산이 크다.

앞서 작년 9월 중국 항저우(杭州) G20 성명은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해 협정을 고려하고 협정 가입을 위한 국내 절차에 속도를 내자고 결의한 바 있다.

자유무역의 타협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시원스럽지 않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고하고 무역역조 시정을 앞세우는 정책 기조를 녹이기는 했지만, 역으로 보면 단 하나도 자유무역 기조를 해치지 않는 문구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성명은 "상호 이익이 되고 차별 없는" 열린 시장을 강조하고 불공정 교역 관행을 포함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썼다. 또 이 점에서 정당한 무역방어를 인정한다고 했다.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한다"고 밝히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율을 강조한 지난해 항저우 성명보다 문구의 농도가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무역 정신의 측면에서 지킬 것은 다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충돌을 피하려고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문장 만들기의 '기술'을 발휘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 두 쟁점을 두고 벌어진 올해 함부르크의 '대결'은 한편으로는 더 찢긴 오늘의 세계를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올해 정상회의 주제는 '상호연계된 세계 구축'이었고,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세계로 열린 문'이 하나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곳이었다.

철강공급과잉 문제 해결에 더 매진해야 한다는 성명 내용은 중국을 겨냥한 여타 철강 생산국의 강한 견제와, 이에 영향받는 소비국의 우려로 이해된다. 또, 대북 규탄에 관한 공동의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그 배경이 즉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주요 비토국(유럽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간 갈등과 연결된 것이 아니겠냐 하는 추론이 가능하다.

꼭 이들 성명이 아니더라도 이번 정상회의 계기에 수없이 열린 양자, 다자 정상회담과 국가 간 외교채널 접촉에선 북한 문제 대응뿐 아니라 시리아 내전 해결 등 글로벌 이슈를 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의 견해가 부닥쳤다.

또한, 연인원 10만 명으로 추정된 이들이 함부르크에 모여 회의 반대를 외치며 평화시위를 여는 가운데 일부 파괴적인 시위가 시내 곳곳에서 잇따르며 장외 분열상을 노출했다.

그들의 요구나 주장 중 많은 부분은 부국들의 불균등 발전 주도와 이로 인한 계층 격차 확대, 삶의 질 악화를 비판하고 환경 파괴를 경계하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외치는 목소리들과 연결돼 있다.

un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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