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내가 살인범이다' 20억엔 매출…韓영화 리메이크작 최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국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일본판 리메이크작 '22년째의 고백-내가 살인범이다'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영화계에 따르면 '22년째의 고백'은 지난달 10일 전국 329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4주째인 지난 주말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이 개봉하면서 4위로 밀렸지만, 여전히 300여 개 스크린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매출액 약 20억엔(한화 약 20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관객 수로 따지면 약 16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외국 제작사가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한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작 히트작이다. 또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실사 영화 가운데는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일본 제작사 로봇(ROBOT)의 고이데 마사키 PD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서는 매출액 10억엔을 넘으면 '중박'에 속한다"면서 "20억엔을 넘었다는 것은 흥행이 굉장히 잘된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영화가 개봉되면 통상 6주 정도는 스크린 수가 유지되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 주까지는 관객을 더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원작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는 연쇄살인범이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뒤 살인을 참회하는 자서전을 내고 스타 작가가 된다는 내용을 그린 액션 스릴러로, 박시후·정재영이 주연을 맡았다. 2012년 11월 국내 개봉해 273만명을 불러모았다.
일본 리메이크작은 원작에 없던 또 다른 반전을 추가했고, 박시후가 맡았던 살인범 역은 '데스노트'의 주연인 후지와라 타츠야가 맡았다.
일본판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여름 대작 경쟁이 벌어지기 직전인 비수기에 개봉한 점과 일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 그리고 주연인 후지와라 타츠야의 인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고이데 마사키 PD는 "2012년 한국에서 열린 VIP 시사회에서 원작을 재미있게 본 뒤 리메이크를 결정했다"면서 "최근에는 범죄 스릴러가 많긴 하지만, 한국영화는 기본적으로 장르가 다양하다. 리메이크를 염두에 둔 또 다른 한국영화가 5∼6편 정도 된다"고 말했다.
모처럼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의 성공에 국내 영화계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한국영화들이 리메이크됐지만, 크게 성공을 거둔 작품은 없었다. 중국판 '수상한 그녀'인 '20세여 다시 한번'이 2015년 1월 개봉해 1천200만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한중합작영화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영화 '럭키'가 국내에서 성공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 간에는 분명 통하는 정서가 있다"면서 "이런 정서를 잘 파고들어 현지 사정에 맞게 리메이크를 한 것이 흥행 비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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