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틈새 시간 스며든 취미강좌 인기…"힐링 된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퇴근하면 육아하러 집으로 출근하는 거죠. 유일하게 취미 즐길 시간 지금밖에 없어요."
지난 7일 부산 사상공단 내 농심 부산공장 강당.
새벽 근무조가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되자 후다닥 식사를 끝낸 20∼30대 여성 직원들이 강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 이 시간 열리는 취미 강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강당 테이블 위에는 꽃꽂이에 필요한 준비물이 갖춰져 있었다.
취미강좌는 전문 강사의 지도아래 30∼40분가량 반짝 진행됐다.
다시 근무에 투입되기 전 아침 틈새 시간에 원하는 직원을 대상으로만 열리는 것이다.
한 직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아침 식사 후 멍하게 보내던 시간에 평소 배우고 싶던 꽃꽂이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면서 "힐링도 되고 후반 근로 때 작업 능률도 더 오른다"고 말했다.
25명 정원인 강좌에 이날 직원 30여 명이 몰리면서 늦게 온 직원들은 아쉽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김장현 농심 부산업무팀 과장은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직원들은 퇴근 이후에도 자기 시간을 내 취미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근무시간 내 잠시라도 취미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사상구청의 아이디어 제안에 회사도 적극적으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취미강좌는 부산 사상구청이 공단지역 근로자들을 위해 만든 '찾아가는 틈새 배움터' 사업으로 마련됐다.
전국 지자체 중 공단 근로자 복지를 위한 취미강좌를 최초로 마련한 것으로 지난 3월부터 처음 시행됐다.
취미강좌는 농심 공장 외에도 사상공단 내 IT기업이 몰려있는 부산디지털벨리에서도 열린다. 이곳에서는 점심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강좌가 마련됐다.
꽃꽂이, 냅킨공예, 리본공예, 방송댄스 등 직원들의 수요를 조사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취미강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늘 웃음이 넘친다.
안말숙 부산 사상구청 담당 주무관은 "아기가 태어난 뒤로 취미 생활을 못 했다는 한 참가자분은 너무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면서 "직장에서 편하게 배울 수 있지만 직장에서 주관하는 게 아니다 보니 눈치 보지 않고 진짜 원하는 사람만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매회 강의는 인기 만점이다.
3월 21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1주일에 한 번씩 11회를 열었는데 213명이나 참가했다.
하지만 배움터가 다소 썰렁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한다.
아침에 열린 방송댄스 강좌에 처음에는 인원이 몰렸지만 나중에는 인원이 좀 줄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처음에는 '흥'나게 흔들어 보려고 했는데 아침 맨정신에 흔들려고 하니 쉽지 않더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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