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싱가포르 총리家 '휴전'…가족내 해법 모색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유훈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자녀들이 한 발짝 물러섰다.
장남인 리셴룽((李顯龍·65) 총리와 그를 비판해온 차남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 장녀 리웨이링(李瑋玲·62) 싱가포르 국립 뇌 신경의학원 원장이 더는 공개적인 싸움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리셴양과 리웨이링은 전날 성명을 통해 형제들과 더는 공개적으로 다투지 않겠다는 리셴룽 총리의 발언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리 총리도 "이것이 내가 노력했던 일"이라며 공개석상에서 아버지의 유훈을 두고 논쟁하지 않겠다는 동생들과 뜻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콴유 전 총리가 살던 자택의 처리문제를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삼 형제가 갈등 봉합에 나설지 주목된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형제들과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동생들은 리 총리가 '사후에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리셴룽이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리셴룽 총리는 제수인 리수엣펀 변호사에 의한 아버지의 유언장 조작설을 제기했고, 남동생인 리셴양이 형수인 호칭(何晶·64) 테마섹 최고경영자의 부친 문서 절도 의혹을 제기하는 등 형제간 갈등의 골을 깊어져 갔다.
'정면돌파'를 택한 리셴룽 총리는 지난 3일부터 의회에서 청문회 형식의 토론회를 열고 형제들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이틀간의 토론회가 끝난 뒤 리 총리는 스스로 의혹이 대체로 해소됐다고 선언했지만, 동생들은 또다시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총리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싸움이 계속되는 듯했다.
그러나 고촉통(吳作棟 76) 전 총리를 비롯한 정치원로들과 각 정당 대표는 물론 국민까지 이번 갈등에 비판을 쏟아내자, 양측이 한 발짝 물러서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테오 치 힌 싱가포르 부총리는 리 총리 형제들의 '휴전' 선언이 긍정적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가 화합해 싱가포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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