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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점포감축 논쟁…디지털 혁신 vs 소비자 불편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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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점포감축 논쟁…디지털 혁신 vs 소비자 불편 초래

소비자 영업점 80% 폐쇄 구상 추진…노사 대립·정치권 가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7일 영업점 폐점을 시작함에 따라 전례 없는 점포 대규모 감축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이나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하고 수익만 추구한다는 지적이 대치하고 있다.





◇ 소비자 점포 80% 없앤다…"모바일·자산관리 강화"


씨티은행은 국내에 총 133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7개는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영업점이고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소비자 금융 점포는 126개다.

씨티은행은 소비자 금융 점포의 약 80%인 101개를 올해 10월까지 폐점할 계획이다.

서울 올림픽훼미리지점·역삼동지점·CPC강남센터·과학기술회관 출장소, 경기 구리지점 등 5개 점포가 7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고 7월에만 이들을 포함해 35곳이 폐점된다.

계획대로라면 충남·충북·경남·울산·제주에 씨티은행 점포가 남지 않게 된다.

대신 씨티은행은 최근 국내 시중은행 자산관리 점포 가운데 최대급인 '서울센터'를 개점하고 이곳에 직원 약 90명을 배치했다.

앞서 역시 자산관리 전문점인 반포센터와 청담센터의 문을 열었고 조만간 도곡센터와 분당센터도 개점하는 등 부유층 밀집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이들 점포는 기존 영업점을 확대 개편한 것이라서 점포 수 변화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기존 점포보다 크고 근무하는 직원이 더 많다.






◇ "간단한 거래는 모바일로 대체…다양한 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조치"



씨티은행은 영업점 재편 구상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자사 거래의 약 95% 이상이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므로 기존에 창구에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재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것이 씨티은행의 입장이다.

전체 직원 약 3천500명 가운데 1천350명이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데 이들을 재배치해 금융상담, 보험, 투자 등 보다 복잡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일을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 사이로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의 영업이 이제 시대에 맞지 않으며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포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급격하게 점포를 줄이는 계획 때문에 씨티은행이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그런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점포 재편 과정에서 인력 감축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점포감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 은행장을 지낸 금융권의 한 인사는 대면 거래의 비중이 크게 감소한 것이 현실이고 외국계인 씨티은행이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처럼 많은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전에 직면한 시중은행이 운영 비용이 많이 드는 영업점을 어떻게 줄일지 내심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 "소비자 불편 우려…창구직원이 콜센터 상담원 전락한다"



씨티은행의 전례 없는 점포폐쇄 구상은 논란도 낳고 있다.

영업점이 없어지면서 소비자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경우 점포가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에 그곳의 고객은 창구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의 경우 지점 폐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씨티은행 지점 폐쇄는 지방의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한 사실상 차별"이라고 평가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사측이 95%에 달했다고 제시한 비대면 거래 비율에 영업점에 배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거래도 반영됐기 때문에 이를 폐점의 근거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점포폐쇄로 인한 불편을 우려해 최근 이탈하는 고객도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노조의 이런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점포 재편에 따라 장기간 창구 업무를 담당하거나 영업 활동을 해 온 직원들이 콜센터 상담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씨티은행의 폐점 구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중은행으로서의 금융 공공성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논평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법원에 점포폐쇄를 막아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돼 일단 점포 재편은 사측의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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