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3분기엔 15조원 넘는다…연간 50조원 도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14조원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일궈냈다.
삼성전자가 거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자 대한민국 기업사에서도 전인미답의 성적표다.
더구나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의 애플까지도 영업이익에서 추월했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제조업체들 가운데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국내외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14조원대 영업이익은 국내 증권가에서도 예측한 경우가 많지 않다.
시장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는 13조1천972억원에 그쳤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14조500억원을 제시하는 등 소수의 애널리스트가 조심스레 14조원을 예상했다.
◇ 반도체만 8조원 영업이익…일부 D램 영업이익률 50% 넘어
역대 최대 호실적의 1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14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조원대, 최대 8조원 가까운 금액을 반도체 사업이 벌어들인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한다.
여기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란 시황이 뒷받침됐지만 삼성전자의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빼놓을 수 없다.
단적으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 D램 제품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천원 들여 만든 제품을 1만원 넘는 가격에 내놔도 사간다는 얘기다. 제품 경쟁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1위 업체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양대 제품인데 두 시장 모두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램의 경우 미세공정 경쟁력으로, 낸드플래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3D(3차원) 낸드플래시로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5년 전부터 반도체 미세공정에 선제적인 투자를 하고, 3D 낸드플래시 제품을 최초로 상용화한 데다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기업용·PC용으로 적극 공략해온 성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1조5천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선 90%가 넘는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가격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IM(IT·모바일) 부문에서도 3조7천억∼3조8천억원 안팎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갤럭시S8이 시장의 호평 속에 잘 팔렸기 때문이다. 또 출시 시기가 예년보다 늦은 3월 말로 밀리면서 2분기 실적 집계에 집중된 것도 2분기 실적을 높이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마케팅 등의 비용 상승은 수익성에 제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E(소비자가전) 부문의 경우 드라마틱한 요소는 없었지만 무난하게 5천억∼6천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번 분기부터 삼성전자 연결 실적에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의 실적이 포함되면서 마지막 스퍼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하만의 2분기 영업이익을 2천억∼3천억원 정도로 본다.
◇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24조원 달성
삼성전자가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는 더 높아졌다. 3분기에는 2분기를 능가하는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달성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의 기록이 다음 분기에는 다시 한 번 깨진다는 것이다.
원동력은 여전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서버와 데이터센터, 모바일 기기, 인공지능(AI) 등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제품 공급은 달리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에는 여러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스마트폰용 OLED 공급도 3분기에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반기를 책임질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노트8도 3분기 중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13조원 후반∼14조원대 영업이익을 점치고 있다. 일부는 15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올해 연간으로는 50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 영업이익만 24조원(23조9천억원)에 근접해 절반가량을 채운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내부에선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으면서 M&A(인수합병)이나 대규모 투자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M&A, 투자의 부재는 당장 그 영향이 표면화되지 않지만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고 삼성전자는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금 반도체 호황에 올라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3∼5년 전 이뤄진 투자의 결실"이라며 "클라우드와 컨버전스 등 혁신적인 기술·제품에 대한 발굴, 투자가 절실한데 이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건 삼성전자의 위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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