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많아지고, 상금 커진 한국여자골프…선수들 기량도 쑥쑥
작년 이맘 때보다 평균타수·그린 적중률·버디율 모두 상승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김지현(26)은 작년까지 6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없었다.
2010년 데뷔해 6년 동안 뛰면서 상금순위는 33위를 넘어본 적이 없었고 시즌 평균타수도 11위가 최고였다.
그러던 김지현은 올해 3차례나 우승하며 상금랭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지현은 환골탈태의 이유를 묻자 "한마디로 내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아닌게 아니라 김지현의 실력은 작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늘었는데 페어웨이 안착률은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아이언 샷 정확도가 투어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
버디 사냥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진 김지현은 작년보다 라운드당 1타가량 타수가 줄었다.
김지현을 5년째 지도하는 안성현 코치는 "작년과 달라진 건 체력, 정신력 등 한둘이 아니지만, 요점은 실력이 전반적으로 늘었다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작년에 2승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 2승을 수확하며 KLPGA 투어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선 김해림(28) 역시 "2015년보다 실력이 부쩍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지현과 김해림 뿐 아니다.
KLPGA투어 선수들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몇 가지 기록만 살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2일 끝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까지 올해 14개 대회를 치른 KLPGA투어에서 평균타수가 72타 미만인 선수는 28명에 이른다.
작년 이맘때는 똑같이 12개 대회를 치렀을 때 평균 타수 72타 미만은 21명 뿐이었다.
평균타수가 71타 미만인 선수는 7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박성현(24)과 고진영(23) 둘만 71타 미만을 찍었다.
이정은(21)과 김해림(28)은 현재 평균타수가 각각 69.67타와 69.90타다. 작년에 14개 대회를 치른 시점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이맘때 KLPGA투어에서 그린 적중률 70% 이상은 32명이었다. 올해는 46명으로 늘었다.
그린 적중률은 아이언샷 정확도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다. 그러나 티샷을 정확하고 길게 칠수록 그린 적중률도 올라간다. 그린 적중률이 높아진 것은 KLPGA 투어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샷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버디 사냥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 치른 14개 대회에서 버디율 20% 이상 선수는 6명이다. 김지현, 김해림, 이정은, 김민선, 장하나, 안송이(28) 등이 버디율 20%를 넘겼다.
지난해 이맘때 버디율 20%를 넘긴 선수는 박성현과 김민선(22) 둘밖에 없었다.
버디율 19% 이상 선수도 지난해 이맘때 6명에서 올해는 9명으로 증가했다.
KLPGA투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꼽겠지만, 전문가들은 대회가 늘어난 사실을 맨 먼저 꼽는다.
롯데 골프단을 이끄는 지유진 감독은 "대회가 늘어난 것도 선수들 기량 향상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연간 30개 안팎에 이르는 대회를 뛰다 보면 실전을 통해 테크닉이 느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많은 대회를 뛰려면 더 강한 체력과 일관된 스윙을 갖춰야 하기에 전보다 훈련과 연습의 질과 양이 달라졌다고 지 코치는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KLPGA 투어 선수들은 대부분 코치와 트레이너를 따로 고용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한다. 때마침 코치와 트레이너의 전문성도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선수들이 훈련과 연습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 것은 대회가 많아지면서 상금 등 보상이 커진 덕이다.
특히 투자한 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 선수들은 목표 의식이 더 분명해졌다.
KLPGA투어 2005년 상금왕 출신인 SBS 골프 채널 배경은 현장 해설가는 "선수들 실력이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에서 선수들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최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극받아 실력의 상향 편중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는 유례없는 호황과 함께 선수들의 실력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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