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수 집 뒤지고 전직 군수 조사…칼끝 어디까지 겨누나
청송·영덕·문경 잇단 압수수색에 뒤숭숭…경찰 "개별 사안"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찰이 연이어 경북 기초자치단체와 관련 있는 비리 의혹에 칼을 빼 들었다.
수사 대상에 전·현직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까지 들어 해당 시·군 주민은 수사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한동수 청송군수 사무실과 집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수사관을 보내 사무실에서 금융자료나 서류를 확보했다.
경찰은 청송사과유통공사 임직원이 빼돌린 자금을 수사하던 중 일부 돈이 청송군수에게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군 공무원과 주민은 갑자기 경찰이 군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자 당황한 분위기다.
청송에서는 군수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정치권 인사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말이 나돈다.
한 청송주민은 "갑자기 경찰이 군수 사무실을 수색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자다가 날벼락 맞은 기분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경북경찰청은 지난 4일 김병목 전 영덕군수를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보냈다.
영덕에 있는 김 전 군수 집에 수사관을 보내 금융자료나 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3선을 한 김 전 군수는 현직에 있을 때 영덕 모 건설업체에 영덕군이 소유한 택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전 군수가 이 대가로 2014년 퇴직한 뒤에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서 조사하고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북도의원 A씨를 수사하다가 일부 돈이 김 전 군수에게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지난 3월 초 A씨가 운영하는 회사 3곳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회계장부와 금융자료를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경북경찰청은 문경시가 벌이는 녹색문화상생벨트사업과 관련한 납품 비리도 수사하고 있다.
공무원이 자재를 사는 과정에서 특정 납품업체 편의를 봐준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과정에 금품이 오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문경시 관광진흥과를 수색해 서류를 확보하고 해당 공무원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정부 3대 문화권 선도사업인 녹색문화상생벨트는 국비 70%를 받아 백두대간 생태자원, 녹색에너지, 영상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휴양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찰이 비슷한 시기에 청송, 영덕, 문경에서 전·현직 군수나 공무원을 잇달아 수사하자 이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나돈다.
문경에 사는 한 주민은 "지방선거가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출마 예정자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며 "이번 수사가 그런 신경전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수사가 모두 개별 사안으로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청송, 영덕, 문경에서 수사하는 사건은 모두 별개로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관련성이 없다"며 "압수 수색한 사실은 있지만 수사 상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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