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4형' 사거리 8천㎞ 넘을듯…軍 "초기 ICBM 수준"(종합)
IRBM 화성-12형 기반 액체연료…"2단 추진체 미사일 추정"
"길이 18m가량, 비행속도 화성-12형과 유사"…재진입 기술 확보는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이 최고 고도 2천802㎞까지 상승한 것으로 미뤄 대륙간탄도미사일급(ICBM)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최대 고각발사' 방식으로 미사일을 쏘았으며 39분간 비행하는 과정에서 최고고도와 비행거리가 각각 2천802㎞, 933㎞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발표한 화성-14형의 비행거리와 최고고도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나온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가 930여㎞라고 밝혔고 정부 소식통은 최고고도가 2천500㎞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탄도미사일의 최고고도가 2천500㎞를 크게 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화성-14형의 비행거리와 최고 고도가 사실일 경우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8천㎞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최고 고도에 4를 곱하는 방식으로 추정한다"면서 "이 방식대로라면 1만㎞가 넘는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사거리 5천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ICBM으로 분류한다. 화성-14형이 ICBM의 범위에 들어가고 남는다는 얘기다.
사거리가 8천㎞인 ICBM을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뿐 아니라 알래스카주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사거리가 8천200㎞만 돼도 미국 서부 연안 워싱턴주의 대도시 시애틀에 닿는다.
북한이 ICBM으로 미국 본토 주요 대도시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화성-14형은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2단 추진체를 더한 것일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1단 추진체로 구성된 화성-12형은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4천∼5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화성-12형의 1단 추진체 엔진은 북한이 지난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연소시험을 한 고출력 엔진으로 파악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엔진 연소시험을 '3·18 혁명'으로 부르며 극찬했다.
이 때문에 화성-12형 시험발사는 ICBM 1단 추진체 엔진시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지난달에는 ICBM 2∼3단 추진체 엔진시험을 하며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화성-12형을 기본 모델로 삼아 이 미사일에 1단 추진체를 더 탑재해 2단 추진체로 만들어 사거리를 3천∼4천㎞ 더 늘린 게 화성-14형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오늘 발사한 미사일은 80tf(톤포스·80t 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 엔진을 사용한 2단 추진체 미사일"이라며 "ICBM의 기본 속도인 마하 20∼25에도 훨씬 못 미쳐 일단 초기 상태의 ICBM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화성-14형이라고 주장하는 이 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화성-12형과 유사했다"면서 "북한으로서는 사거리가 화성-12형보다 더 늘어난 것에 대해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재진입 기술 등이 검증되지 않아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화성-14형은 화성-12형보다 탄두중량을 줄여 비행 거리를 늘린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신종우 선임분석관은 "탄두부에 빠른 단 분리를 위한 역추진 로켓이 식별된다"면서 "미사일은 2단 추진체로 KN-08의 이동식발사량의 크기와 유사한 18m 길이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화성-14형은 화성-12형과 같이 액체연료 엔진을 탑재했다. 북한은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 계열과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계열의 투트랙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공개한 화성-14형과 발사대 등의 사진을 보면 지난 4월 15일 대규모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미사일은 한 축의 바퀴가 8개인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한 원통형 발사관 안에 들어 있어 실물은 보이지 않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화성-14형의 길이는 19∼20m로 추정된다"며 "화성-12형에 비해 길이도 길어졌고 동체도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화성-14형을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평북 방현 일대의 발사 장소로 이동한 다음, 지상 고정시설에 거치해 발사했다.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화성-14형의 화염을 보면 1단 추진체에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18 혁명'으로 불린 엔진과 구조가 같다.
북한이 사거리 8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ICBM을 실전운용하는 단계까지 갔다고 볼 수는 없다.
ICBM이 실질적으로 표적을 타격하려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탄두부가 다시 들어갈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고 균형 잡힌 삭마를 통해 정확하게 표적에 떨어지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의 재진입 기술은 섭씨 1천500∼1천600도 환경의 기계적 삭마 수준으로, 6천∼7천도 환경의 화학적 삭마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재진입 기술을 비롯한 나머지 ICBM 기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여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ICBM의 실전운용 단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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