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작년 트레일러 추돌로 일가족 5명 중 4명이 숨진 부산 싼타페 사고의 유가족이 차량 제조사 등을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이 차량 운전자 한모(65) 씨의 변호인은 고압연료펌프의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 부품 제조사인 로버트보쉬코리아의 책임을 주장했다.
문제의 차량은 2002년식 디젤 모델로 고압연료펌프의 결함으로 무상수리 대상 차량이었다. 누적 주행거리는 9만㎞ 정도였다.
고압연료펌프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연료가 엔진오일 라인에 섞여 엔진 연소실에 역류현상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정상 수준보다 많은 연료가 유입돼 엔진 회전수(RPM)가 5천RPM까지 치솟는다. 이른바 급발진이다.
이 경우 주행 중에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긴다 해도 차량을 멈추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차량의 시동을 끄고 키를 뽑았는데도 엔진이 계속 돌아가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고압연료펌프 이상에 따른 비정상적인 RPM 상승 현상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실제로 한씨의 변호인이 문제의 부품으로 실험한 결과 연료의 점도가 정상 수준과 크게 달라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씨 측은 고압연료펌프의 문제점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결과를 확보해 재판 과정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한씨의 변호인은 "싼타페 차량의 운전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아무런 과실 없이 차량을 운행했고 그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가 고압연료펌프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는 제조물책임법 제3조에 기하여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파손이 심해 엔진 구동에 의한 시스템 검사가 불가능한 점, 제한적인 관능검사와 진단검사에서 작동 이상을 유발할 만한 기계적 특이점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차량결함 감정불가 판정을 내렸다.
현대차 측은 "소장을 공식적으로 받아본 이후에 내용부터 확인하고 대응 방안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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