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놀이? 마크롱 베르사유 궁전 정책연설에 뒷말
'파라오 마크롱'·'주피터 마크롱' 지적…지나친 권력집중 우려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르사유 궁에 상·하원을 소집해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서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을 통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의회 정원 감축 등을 정식으로 의회와 국민에게 알렸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대통령이 상하원을 소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총선 압승으로 행정부 수반으로서 견제를 훨씬 덜 받는 권력을 쥐게 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들은 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개헌 등 특별한 경우에 합동연설을 이용했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위해 상하원을 소집한 것은 처음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9년 유럽 재정위기 때,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직후 각각 한 차례 베르사유 궁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상하원이 소집될 때 베르사유 궁 회의실을 이용하는 것은 1875년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총 925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상·하원이 각각 위치한 파리 시내를 벗어나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 궁까지 가야 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올랑드 전 대통령 때는 17만∼21만 유로(약 2억2천만∼2억7천만원),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는 50만∼100만 유로(약6억5천만∼13억원)가량 든 것으로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전했다.
이에 강성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을 고대 이집트의 전제군주에 빗대 '파라오 마크롱'이라고 비난하고 연설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독립연합(UDI)과 공산당 등 소수정당들도 동참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주피터(Jupiter·제우스)에 비유하며 그가 주피터식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는 마크롱이 지대한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내각과 총리는 주피터가 다루는 천둥과 번개처럼 단순히 그의 뜻을 이행하는 집행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유럽판은 해석했다.
마크롱은 지난 총선 이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등 주피터처럼 고고하게 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1면에 '베르사유의 마뉴피터'(Manupiter at Versailles)라는 제목으로 식스팩을 드러낸 마크롱이 로마 시대 의상인 '토가'를 걸친채 번개를 들고 있는 캐리커처를 실었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지난 2일 주말판에서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무대를 독점하며 언론도 통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올랑드 전 대통령 등 전임 대통령들이 훼손한 대통령직의 위엄을 복원하기 위해 이번 연설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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