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우 피해에도"…미국연수 떠나는 자치단체장들
평생학습도시協 주관 6∼14일 뉴욕·보스턴·워싱턴 방문
1인당 550만원 여비 집행…"주민 힘든 시기 자리 비워야 하나"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극심한 가뭄에 이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하는데 전국의 자치단체장과 부단체장 13명이 미국연수에 나서기로 해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평생학습도시협의회(회장 이근규 제천시장)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미국 평생학습기관과 시스템 등을 둘러보는 게 연수 목적이다.
5일 평생학습도시협의회에 따르면 6∼14일 미국 동부지역을 방문하는 이번 연수에는 회장인 이 시장을 비롯해 부산 남구·연제구·사상구청장, 광주 북구청장, 경기도 이천시장, 강원도 홍천군수, 충북 옥천·증평군수 등 9명의 자치단체장이 참가한다.
부단체장 4명과 16개 시·군·구청 공무원 30명도 이 연수에 동행한다.
이들은 뉴욕시청과 맨해튼 BMCC대학 평생교육원, 유엔본부, 하버드대, 메사추세츠 공대, 보스턴 센터 등을 둘러보고 현지의 평생 학습 실태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방문 기간 현지 공무원이나 하원의원 등과 간담회가 잡혀있지만, 일정 대부분은 패키지 여행상품과 다름없이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할애된다. 이번 연수를 위해 해당 시군구는 1인당 550만원의 여비를 집행한다.
장마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자리를 비우는 것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를 의식해 참가자 명단에 포함돼 있던 일부 시장·군수는 부랴부랴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양평군수가 집중호우 등 재해 대응을 위해 연수를 포기했고, 전북 남원·정읍시장과 충남 홍성군수는 부단체장이나 과장급으로 참가자를 바꿨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해외 연수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가뭄에 이은 집중호우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장들이 대거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꼭 필요한 연수인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지 등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생학습도시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이번 연수가 6개월 전부터 준비됐고, 방문기관과 간담회도 미리 잡혔다"며 "장마 등이 신경 쓰이지만, 일정을 깨거나 바꿀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협의회는 평생교육법을 근거로 2004년 설립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143곳과 지역 교육지원청 75곳 등 218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협의회는 지방 도시의 평생학습 역량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해마다 해외연수를 하고 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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