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절차적 정당성' 탄력…환경영향평가 속도 낼듯
'일반 환경영향평가'로 가닥…국내 논란·중국 반발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노출하지 않음에 따라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바로잡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사드 배치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해 미국 측의 양해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일(미국 현지시간) 국내 언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측이 사드와 관련해 국내법상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양해했고 사드 배치 철회 의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방미 기간 문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지도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전문가 그룹과도 폭넓게 만나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고 배치 철회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따로 면담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믿고 있다"며 신뢰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이 발생하고 청와대가 경북 성주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정상회담에서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 정부, 정치권, 전문가 그룹 등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견을 노출하지 않음에 따라 사드 기지의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정부 조치는 일단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공여한 사드 부지 32만여㎡를 대상으로 해오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중지하고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방안을 마련 중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청와대가 제동을 건 만큼, 청문회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방부가 마련한 방안을 토대로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 등이 참가하는 범정부 TF(태스크포스) 논의를 거쳐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국내적 논란이 격화돼 환경영향평가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사드의 완전한 작전운용을 최대한 조속히 하기를 원하는 미국 측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방부가 추진해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평균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1년 이상 걸린다. 정부가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함에 따라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는 발이 묶인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힘썼다.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더라도 기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토대로 진행하는 등 미국 측 입장을 고려해 기간을 가능한 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발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정부가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에 속도를 내 사드의 완전 배치 시점이 다가올수록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감대를 이뤄낸 문 대통령이 중국과는 어떻게 입장 차이를 조율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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