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발달장애인들의 특별한 '점프볼'
춘천서 전국 발달장애인 농구대회 1∼2일 열려…11개 팀 160명 참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하늘아 슛슛! 아이고 안 들어갔네. 괜찮아 천천히 해"
1일 강원 춘천시 장애인스포츠센터 체육관 농구코트는 공이 튕기는 소리, 벤치에서의 응원 소리, 선수들의 힘찬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1박 2일간 발달장애인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는 스포츠 축제 '2017 강원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 농구대회'가 한창이었다.
점프볼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코트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겉모습만으로는 장애인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물론 아직 농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다루기도 서투른 선수들도 있었다.
눈으로 공을 쫓기도 벅찼는지 공을 흘리거나 공을 림을 향해 '냅다 던지는 듯한 슛'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공을 향해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공만을 쫓다가 같은 편 선수들끼리 부딪히는 일도 잦았지만 수비할 때가 되면 연습한 대로 '귀신같이' 자기 자리를 찾았다.
선수들이 실수를 연발해도 벤치에서는 다그치는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되레 "잘했어. 잘했어. 다음부터 실수 안 하면 돼. 같은 편끼리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며 격려했다.
심판과 경기진행요원들도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경기가 시작한 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좀처럼 득점이 나오질 않았다.
'슛'이라기 보다는 림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던지고 보는 일이 더 많아서였다.
경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한 골이 들어가자 선수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마치 결승 골을 넣은 것처럼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서로 얼싸안으며 자신들이 던진 공이 림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200% 만끽했다.
양 팀 합쳐 총 24분 한 경기 동안 넣은 골은 모두 10골 남짓.
농구 점수치고는 다소 '소박한' 점수지만 선수들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넘어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에서는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닌 '이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열정과 투지가 엿보였다.
장애라는 어려움을 뛰어넘어 화합과 우애를 다짐하며 흘린 굵은 땀방울은 이날 하루 내 코트를 적셨다.
발달장애란 신체나 정신이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특정 질환이나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 발달장애, 언어 발달장애, 시각·청각 등 특수 감각 기능 장애, 기타 학습장애 등으로 다양하다.
겉모습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신체적 장애가 아니기에 생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번 대회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하고 강원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관했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발달 장애인들에게 스포츠 훈련 기회를 주고, 이들이 생산적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데 기여할 목적으로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열렸다.
세계대회와 전국대회가 있지만 '농구' 단일 종목으로는 지난해 춘천에서 처음 전국대회가 열린 이후 두 번째다.
김용곤 강원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발달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은 단순히 스포츠 이상으로 많은 사회적 영향을 가질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는 존중과 배려를 배울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11개 팀 160여 명이 참가했다.
11개 팀은 농구 실력에 맞춰 3개 그룹으로 나누어 풀리그를 펼친다.
실력이 제일 뛰어난 4개 팀이 1그룹, 그다음으로 뛰어난 4개 팀이 2그룹, 마지막 3개 팀이 3그룹이다.
1그룹이 중학교 대표 선수 정도의 실력이라면 2그룹과 3그룹은 생활체육 수준이다.
14세 이상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에 중학생부터 20세 이상 어른 선수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각 팀이 치열하게 승부를 펼치지만, 대회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점이다.
1위와 2위를 제외하면 모두 공동 3위가 된다.
즉 '최소한의 경쟁'을 유발하면서 모두가 상을 타는 시스템이다.
손원우 강원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무국장은 "누구는 상을 주고 누구는 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실망하기 때문에 승부를 뛰어넘어 최선을 다한 선수 모두에게 상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시간만 조금 짧을 뿐 규칙도 일반 농구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1개 팀 선수는 12명을 넘지 않으며, 선수는 최소한 8명 이상 출전해야 한다.
모든 선수가 코트를 한 번씩은 밟는 셈이다.
하지만 대회를 운영하다 보면 아쉬움도 남는다.
지원이 부족한 탓에 규모를 더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서다.
이번 대회에도 20여 개 팀이 참가 신청서를 냈으나 예산 탓에 11개 팀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참가비가 없고,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지원금만으로 참가 선수들의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해서 항상 긴축재정이다.
지자체 지원은 '제로(0)'다.
손 사무국장은 "저변 확대를 위해 강원도나 춘천시 등 지자체에서도 많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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