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남부 최초 '평화의 소녀상' 세웠다…위안부 할머니 눈물(종합)
총영사 망언 등 일본의 집요한 반대 뚫고 역사적 제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 소녀상 어루만지며 눈시울 적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일본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미국 남부에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에 세워졌다.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회(위원장 김백규)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 인근 브룩헤이븐 시립공원(일명 블랙번2)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9) 할머니가 직접 참석해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적셨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강 할머니는 노란 천에 덮여 있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건립위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소녀상의 목에 걸어주자, 다가가서 소녀상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이날 역사적인 제막식 현장에는 역사의 아픔을 아는 듯 빗방울이 흩뿌렸다.
브룩헤이븐 소녀상은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과 미시간 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에 이어 미국 내에 세 번째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다.
소녀상 건립위 김백규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이 건드릴 수도 없고, 건드려봐야 막을 수 없다. 평화의 소녀상은 미국 주류사회가 다 아는 역사이다"면서 "앞으로 널리 사람들과 소통해 먼 미래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역사다. 그 점에 소녀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소녀상 제막은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의 망언이 나오는 등 일본의 극렬한 반대 속에 이뤄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소녀상 제막을 앞두고 시노즈카 다카시 일본 총영사가 "소녀상은 예술 조형물이 아니라 증오의 상징물"이라고 헐뜯는 등 일본 측의 방해 공작이 어느 때보다 집요했다.
일본 기업들은 네이선 딜 조지아 주 지사 측에 투자 철회 등을 협박하면서 소녀상 건립 반대 로비를 펴왔다. 일본 극우세력은 브룩헤이븐 시의회 의원들에게 연일 항의전화를 걸기도 했다.
인구 5만 명의 브룩헤이븐 시 의회는 지난달 23일 만장일치로 소녀상 건립을 의결한 바 있다.
이날 제막식에는 위안부 피해자이자 영화 '귀향'의 실제 주인공인 강일출 할머니를 비롯해 '나눔의 집' 안신권 대표, 이번 소녀상을 제작한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브룩헤이븐 시립공원을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시 측과 협의 중이다.
소녀상이 자리한 위치에는 나비 모양을 본 뜬 화단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건립위와 한인단체들은 브룩헤이븐 소녀상에 이어 향후 조지아 주 최대 도시인 애틀랜타에 소녀상 건립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은 애초 애틀랜타 센테니얼 자리에 추진했으나 센터 측이 갑자기 부지 계약을 취소해 건립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oakchul@yna.co.kr김운성 작가 등이 참석했다.
특히 존 언스트 브룩헤이븐 시장과 시 의회 의원들이 현장에 나와 역사적인 소녀상 제막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강일출 할머니는 전날 제막식 전야제에서 "브룩헤이븐에 소녀상이 세워져서 기분이 좋다. 나 같은 소녀들이 전쟁으로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또 당해서는 안 된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후세들을 위해 좋은 결정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소녀상을 세워 내가 겪은 비극을 후세들이 다시 겪지 않게 해야 한다. 일본과 다시 협상해 확실한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 이제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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