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경제] 전문가 "3% 성장 관건은 수출…추경 효과도 기대"
"美 보호무역주의·中 한한령은 악재…소비부진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올해 3% 성장이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 이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도 있으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중국의 경제보복 등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 성장률 제고 효과가 기대되지만 만약 무산된다면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3% 성장 쉽지 않다…부동산·가계부채에 유의해야"
-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대희 연구위원
소비 자체가 괜찮기는 하지만 작년 하반기 꺼졌던 것이 반등한 정도다. 작년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자동차 구매 등 소비가 나쁘지 않았다. 올해 소비는 마이너스는 아니더라도 작년보다 증가율이 낮을 것으로 본다.
1분기 성장률은 생각보다 좋다. 0.9% 성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1%를 기록했다. 건설·설비투자가 생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각종 금융규제가 있고 분양이 작년에 많았다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 건설투자는 지금보다 내려갈 것 같다. 설비투자는 기업 수익성이 좋아지니 계속 증가했으나 예전처럼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조업 가동률이 계속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성장률 3%를 쉽게 달성하기는 어렵다. 추경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더 그렇다. 4월 지표에서 반도체 생산이 많이 감소하는 등 산업생산이 조정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가계부채 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소비심리가 꺼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문제다. 최근 유가가 많이 하락하고 러시아 등 신흥국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수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 가계부채 대책은 결국 규제를 강화한다는 뜻이니 소비에 긍정적일 것 같지는 않다.
◇ "건설경기가 변수…수출은 하반기 하락할 것"
-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경제연구실장
한국과 미국의 심리는 좋아지는데 실제 지표가 못 따라가 괴리가 있다. 특히 내수와 민간 소비가 못 따라가고 있다. 1분기 성장률 속보를 보고 산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추경은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당장 조정 계획은 없다. 추경 집행이 늦어지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에 반영이 안 된다. 단기적으로 추경이 경기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유가 흐름이 최근 불명확해졌다. 상반기에는 부동산이 경기에 기여했는데 8월에 가계부채 대책이 나오면 건설 경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미국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을 어떻게 할지 등이 관건이다.
지금이 단기적·인위적으로 경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지 가치 판단부터 필요하다. 새 정부가 추경에서 내세운 것은 경기 부양 자체보다는 일자리와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문제다.
1분기 성장률(1.1%)이 워낙 높게 나왔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더라도 전분기와 비교해서 2분기에 그 정도 성장률이 나오기는 어렵다.
올해는 수출이 물량 기준 3.7%, 무역 통계 기준으로는 11.4% 증가할 것으로 본다.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이다. 반도체 등 특정 사업은 계속 좋아질 수 있다.
◇ "개소세인하·임시공휴일 등 당장 효과 내는 정책도 필요"
-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
수출이 좋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경기 확장으로 갈지 더블딥으로 갈지 지금 갈림길에 섰다. 지금처럼 수출이 계속 끌어주면서 소비가 살아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수출이 고꾸라지면 문제가 된다.
건설이 1분기 성장을 주도했는데 부동산 대책 등이 나오면서 건설 경기가 불안하다. 소비는 다소 나아지긴 하지만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추경안은 통과까지 1∼2개월 걸리고 시차가 있으므로 내년에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가계부채도 문제다. 부채를 줄이는 것도, 늘리는 것도 위험한 딜레마 상태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이 고점을 찍고 둔화하는 것 같다. 중국 경기는 괜찮지만,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로 한한령을 내린 것이 문제다. 미국 연준이 자산축소를 시작하면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융 리스크뿐 아니라 자산축소 등으로 달러 강세가 되면 유가는 떨어지고 수출 단가가 하락해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잘 유지하고 건설투자가 위축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개별소비세 인하나 임시 공휴일처럼 작지만 당장 효과가 나오는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통화정책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과열 문제가 해결되도록 일단 금리를 올리는 방향이 맞다.
1분기 성장률은 1.1%였지만 2분기에는 1%에 미달할 것 같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성장률이 상반기 2.6%, 하반기 2.4% 연간 2.5%다.
◇ "하반기 성장세가 관건…추경은 성장률 0.1∼0.2%p 기여"
-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
4월에 전망치를 내놨을 때 보다 상황이 좋아졌다. 주가도 오르고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기업 경기실사지수(BIS)도 괜찮고 긍정적 측면이 있다. 불안한 요인도 있다. 미국 경기의 힘이 둔화하거나 저유가로 원자재 생산국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상반기에 빠른 성장세 보였는데 하반기에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3% 성장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기대가 실제 소비나 투자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미국 경기의 힘이 둔화하고 저유가로 원자재 생산국 수요가 둔화하는 등 불안요인도 있다. 상반기에 보인 성장세가 하반기에는 좀 약해질 것 같다.
1분기 성장률은 1.1%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 1%를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이 재정집행 등으로 높게 나온 측면이 있다.
세계경기가 하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가는 데 힘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는 기대지표가 좋아진 것만큼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주택경기도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추경은 매년 그정도는 했다. 0.1∼0.2%포인트(p) 정도 성장률 기여 얘기하는데 이번에 안하면 (경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건설 경기는 하반기에 둔화할 것으로 본다. 분양이나 건설투자가 작년이나 올해 초처럼 계속되기는 어렵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억제 의지를 보여줬다. 이는 부동산 경기나 신규 분양 열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 "3% 성장 가능성 50% 이상…미국 보호무역주의는 악재"
- 김창배 전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경기는 좋아진다.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그간 지표는 나쁜 것이 없다. 소비 회복세가 조금 느릴 뿐 투자도 좋고 경기 지수나 고용도 나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올해 3% 경제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은 50% 이상인 것 같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하반기 악재다. 미국 금리 인상은 예정대로 진행돼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작년 12월부터 세 번째 인상이므로 누적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추경을 편성한 것은 호재다. 한국은 수출 주도 경제이므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수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재정정책 등을 펴겠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평균 소비성향은 이미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인구 구조 변화와 가계부채 문제가 몇 년간 소비를 짓누를 것이다.
2분기 성장률은 0.8∼0.9% 정도일 것 같다. 1·2분기를 평균하면 1% 가까이 될 것이다. 생산은 1분기와 비교해 4월에 증가율이 조금 둔화했으나 나쁘지 않다. 소비와 투자에서 모두 견조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반기에 상반기보다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률이 3% 정도라면 소비는 2%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망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