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사 절반 "국민의료보험 이대로라면 지속 불가능"
의사 1천여명 상대 설문조사서 현 의료체제에 강한 위기감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의사의 절반 이상이 일본의 현행 의료보험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고령화의 영향이 크지만, 의료기술 진보에 따른 치료비 고액화도 그 이유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일본 의료시스템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의사대상 정보사이트 운영업체인 메드피어(MedPeer)와 함께 이달 1천3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2%는 현재의 '국민개(皆·모두를 의미)보험제도'에 근거한 의료활동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그 이유로는 고령자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과 의료 고도화로 약제가 비싸지는 흐름을 주로 들었다.
지속 불가능하다고 답한 의사들의 연령별 비율을 보면 30대(58%)와 40대(54%) 등 상대적으로 젊은층에서 위기감이 강했다.
현재 시스템을 지속할 수 있다고 답한 의사는 25%에 그쳤다. 다만, 이들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환자 부담 비율을 늘리거나 소비세를 증세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 의보시스템은 국민 전원이 어떠한 공적인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국민개보험 체제다. 대기업 중심의 건강보험조합, 자영업자 등의 국민건강보험, 중소기업 중심의 전국건강보험협회 등이 있다.
매월 보험료를 내고 진료 대가로 10∼30%만 부담하므로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싸게 받을 수 있다.
개보험제도가 시작된 1961년 국민의료비는 5천130억엔에 지나지 않았지만 1978년도 10조엔, 1990년도 20조엔, 1999년도 30조엔을 돌파했다. 2015년도에 41조5천억엔으로 추정되며 2025년도에는 54조엔(약 5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일본정부는 추산한다.
이처럼 의료비가 불어나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도 세금 등 공적부담이 늘어나며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재원에서 차지하는 환자부담 비율은 10% 이상이다.
보험료는 50% 미만으로 했기 때문에 세금 등 공적부담이 40%를 차지한다. 현역세대 보험료 인상 등으로 대처해 왔지만 부담이 커져 소득이 높은 고령자의 창구부담 증액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도쿄도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사(63)는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더 지불하게 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본의사회도 "개보험을 유지하려면 국가가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과잉진료도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국에서는 대형병원 진료는 단골의사의 소개장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등 수진 제한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환자가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택할 수 있는 프리액세스(free access)가 인정된다. 일본의 통원 횟수는 외국의 1.5∼3배로 의료비 증가의 한 요인이 된다.
나가노현의 한 의사(38)는 "프리액세스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고령자나 환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개혁안이 검토돼 왔지만 "현재 이상의 부담은 쉽지 않다" 등의 반대 때문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프리액세스의 재검토에 대해서도 일본의사회 등이 반대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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