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렘' 작가들이 안내하는 만화 속 세상
만화 '에스더가 사는 세상'·'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프랑스 파리 17구에는 에스더라는 이름의 소녀가 산다. 헬스 트레이너 아빠와 은행원 엄마, 중학생 오빠가 에스더의 가족이다. 특별날 것 없는 소녀의 일상이 요즘 프랑스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에스더의 정체는 만화가 리아드 사투프가 시사잡지 롭스에 연재 중인 '에스더가 사는 세상'의 주인공이다. 작가는 1978년 시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야기를 녹여낸 '미래의 아랍인'(L'arabe du futur')으로 2015년 프랑스 최고의 앙굴렘국제만화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다음 이야깃거리를 찾던 작가는 친구의 9살 딸이 가족과 친구, 선생님, 이웃 등과의 사이에서 겪은 일을 말하는 모습에 꽂혔다. 책은 에스더가 9살에서 10살이 되면서 겪은 일화들을 만화로 재구성했다. 동성애, 인종차별 같은 사회 현안도 아이들 눈높이에서 새롭게 언급된다.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군을 이끈 잔 다르크 이야기를 들은 뒤 "왜 마그레브계나 흑인 이야기는 없나요. 잔 다르크가 인종차별주의라서 '걔들은 빼 버리고 우리가 했다고 해 버리자'고 한 게 아닌가요"라고 묻는 친구 칼릴라의 물음에 교사가 아무 답도 하지 못하는 교실의 풍경도 담겼다. 책은 프랑스 만화풍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일미디어. 이보미 옮김. 108쪽. 1만3천800원.
프랑스 만화가 마르탱 베롱의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북스힐 펴냄)도 올해 앙굴렘국제만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이다.
원작은 한 가난한 소작농의 비극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경고한 톨스토이의 단편이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꼬집는 만화로 유명한 베롱은 그래픽 노블을 통해 19세기 러시아 시골의 곡절 많은 인간사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김미정 옮김. 144쪽. 1만3천 원.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