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교사 가족 근현대 사진전, 고향 부산에선 결국 무산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대에 걸쳐 헌신적인 인술을 펼치며 서민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주목받은 호주 선교사 가족의 근현대 사진전이 주 무대인 부산에서 열리지 않게 돼 아쉬움을 낳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해 9월 이 사진전이 '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수원 경기대에서 열리자 "전시가 부산에서 개최되지 않은 것은 망신"이라며 사진전 개최를 직접 지시했지만, 결과는 무산이었다.
부산시는 사진전 주최 측인 경기대 박물관과 부산에서 호주 매씨 가족 사진전을 여는 방안에 대해 수차례 벌인 실무 협의를 벌였지만 의견 차이로 끝내 결렬됐다고 29일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기획의도·전시장소 등에서 이견이 많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며 "관련 예산으로 6·25전쟁 당시 의료지원국이었던 스웨덴 야전병원 사진 전시회를 대신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대 박물관 관계자는 "부산시가 단순히 사진을 받아 전시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적은 예산과 협소한 전시장소 외에 매씨 가족의 휴먼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소극적이었다"고 협의 결렬 이유를 밝혔다.
경기대 박물관 측은 현재 주한 호주대사관과 사진 전시를 협의 중이다.
부산 문화계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6·25 전쟁 당시 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데만 관심을 쏟을 뿐 그외에는 무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사진전의 부산 개최 여부가 관심을 끈 이유는 사진을 찍은 호주 선교사 가족이 부산에서 2대에 걸쳐 헌신적인 의료활동을 벌였고 사진의 주요 배경도 부산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대부분을 찍은 이는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인 호주인 매혜란(2009년 사망), 매혜영(2005년 사망) 자매다.
이들은 1910년 부산에 선교사로 와서 한센병 환자 병원인 '상애원'을 운영한 매켄지(1956년 사망) 씨의 딸이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뒤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자매는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돼 6·25 전쟁 와중에 피란민으로 가득 찼던 부산으로 되돌아왔다.
자매는 1976년과 1978년 각각 호주로 돌아가기 전까지 가난한 이들을 무상으로 치료하고 전국을 돌며 의료봉사활동을 다녔다.
자매가 이 과정에서 찍은 사진 9천여 장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돌보는 억센 한국 여성과 삶의 희망인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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