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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지켜본 삶의 마지막…'카메라 든 성직자'로 불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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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지켜본 삶의 마지막…'카메라 든 성직자'로 불렸죠"

美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 충무아트센터 전시 기념차 방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사진전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열리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 들어서면 다양한 생김과 표정의 외국인들 초상이 사람들을 맞는다. 스위스 출신의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쓴 전시 서문을 빌리면 이들은 "발길이 뜸한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남자, 단순 업무를 보는 여자 등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다.

사진작가 앤드루 조지(47)가 평범한 이들을 카메라에 담은 까닭은 죽음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평화를 찾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주인공 20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세상 사람이 됐다. '여러분은 인생의 편도 티켓을 쥐고 있는 셈이에요.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아벨) '인생은 기뻐하며 즐길 일이 가득한데도, 우리는 참 즐기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킴) 사진과 함께 전시된 이들의 마지막 말은 경전 경구 이상으로 울림이 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브뤼셀에 이은 서울 사진전을 기념해 방한한 작가는 27일 전시장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돈이나 명성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낸 전시"라고 말했다.

"지혜를 다루는 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싶었어요. 무언가를 가르치는 식이 아니라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요. 일반인들이 만나볼 기회가 좀처럼 없을지도 모르지만, 예외적이면서도 심오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2012년 그렇게 해서 달려간 곳이 LA 북부 미션힐스의 호스피스 병원인 프로비던스홀리크로스 메디컬센터였다. 시한부 환자 초상을 촬영하겠다는 구상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두렵다는 이유로 거절한 많은 병원과 달리 이 병원의 마르와 킬라니 박사는 환자들과 작가를 연결하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했다. 박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는 환자들이 나올 때마다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향하기를 반복했다.






작가는 '살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무엇인가' '사후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신이 죽으면 누가 남아 있을까' 등 37개의 물음을 던지면서 이들과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눴다. 이들에게 종이를 나눠준 뒤 기분을 표현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2년여에 걸친 인터뷰가 끝난 뒤 환자들은 작가가 "카메라를 든 성직자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고. 환자 중에는 가족에게도 평생 하지 못했던 마음의 말을 작가에게 남긴 사람도 있다. 작가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든 비결을 "정말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또 바에서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쉬울 때도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작업을 두고 "어떤 순간을 포착하고, 발언의 어떤 부분을 따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에는 상당한 책임감이 따랐다"면서 "20명의 삶을 '증류'시켜서 에센스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4년이 흐르는 사이 작가의 삶부터 달라졌다.

"우연히 지난 2년 사이 가장 친한 친구와 전 여자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어요. 고인과 나눴던 우정을 감사의 마음과 함께 추억하는 등 애도의 방식,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전시를 가리켜 "두려움, 잘못된 집착, 어리석은 가치 등 애초부터 우리 발목을 잡지 말았어야 하는 것들에서 해방해 준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한국 관람객들에게 "마음을 열고 맑은 머리로 봐달라. 삶은 선택과 대안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사진 속 사람들이 알려줄 것"이라는 인사를 남겼다.

전시는 8월 6일까지. 문의는 ☎ 02-6959-4080.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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