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혁명 기념한 태국 활동가, 당국에 체포…군부 전횡 가속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마련한 1932년 태국 민주화 무혈혁명을 기념하려던 현지 시민 활동가가 당국에 체포됐다.
25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태국 방콕 경찰청은 현지 시민 활동가 에카차이 홍캉완(42)을 전날 '태도교정' 명목으로 방콕 시내 군기지로 연행했다고 밝혔다.
에카차이는 방콕 두싯 궁전 박물관 앞 광장에 민주화 혁명을 기념하는 동판을 재설치하려다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싯 궁전 박물관 광장에는 최근까지 "1932년 6월 24일 새벽, 인민당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번영을 위한 헌법을 탄생시켰다"는 문구가 적힌 기념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지난 4월 국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동판으로 몰래 바꿔치기 됐다.
누가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철거했는지에 대한 현지 경찰의 조사는 두 달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태국 정부는 이달 초 민주화 무혈혁명을 기념하는 대중집회를 금지했다.
태국에서는 2014년 쿠데타로 군부 주도의 과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입헌군주제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달 초에는 페이스북에 태국 왕족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30대 남성에게 군사법원이 왕실모독 혐의를 적용해 징역 35년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태국에는 왕실모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 조항이 존재하며, 군부는 이 법을 폭넓게 적용해 왕실모독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작년 12월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이 서거하고 왕세자였던 마하 와찌랄롱꼰 현 국왕이 즉위하면서 발생한 권력 교체기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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