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0주년] ①'우산혁명·어묵혁명'…분리 움직임 '꿈틀'
민주화 퇴보로 반정부·반중정서 확산…60% "20년간 나빠졌다"
빈부격차 46년來 최고치…중국과 분리 원하는 홍콩인 증가세
<※편집자주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7월 1일로 20주년을 맞습니다. 영국에 조차되어 100년을 지낸 홍콩은 20년전 중국에 반환된 뒤에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중국과 공존해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사회주의체제 중국의 일원으로 자본주의 체제 병행을 실험 중인 홍콩의 20년 정치·경제·사회 변화를 짚어보고 한국과의 관계 등을 분석하는 특집 기사를 5꼭지로 정리해 송고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가짜 직선제로 홍콩인을 우롱한 중국은 우리 정부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영국에 재흡수되거나 대만과 통일되기를 바라는 젊은이도 많습니다."
7월 1일 주권반환 20주년 기념일이 열릴 홍콩섬 컨벤션전시센터 부근에서 만난 학원강사 무이(梅·33)모씨는 중국이 직선제 도입 약속을 어겨 지난 3월 이 센터에서 치러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가 또다시 '체육관 선거'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당국이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반(反)중국 성향 인사의 입후보를 사전 차단하려는 꼼수를 부려 직선제 도입이 무산됐다고 분노했다.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는 말 그대로 '숙원'이다.
이를 의식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올해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선제를 직선제로 전환하되 후보 추천위원 과반인 600명 이상의 추천을 받는 예비후보 2∼3명에게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조건을 단 직선제 방안을 2014년 8월 의결했다. 그러나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범민주파의 반대로 2015년 5월 전인대의 조건부 직선제 방안은 홍콩 입법회(국회격)에서 부결됐다.
그 과정에서 진통이 컸다. 홍콩 시민들은 전인대 의결 직후인 2014년 9월부터 거의 석 달간 도심 간선도로를 점거한 채 전면적 직선제 도입 요구 시위를 벌였으나 중국 당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곤봉과 최루액을 막아 '우산혁명'으로 불린 이 시위로 시민 1천 명 가량이 체포됐다. 시위 학생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20)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 네이선 로(羅冠聰·24) 주석·알렉스 차우(周永康·26) 전 홍콩전상학생연회(대학학생회 연합체) 비서장은 불법집회 참가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교수 등 우산혁명 지도부 9명도 지난 3월 26일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이 당선된 그 다음 날 최고 7년 징역형이 가능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두고 공안정국의 '서막'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우산혁명이 실패로 막을 내리자 후유증이 컸다. 무엇보다 좌절한 젊은 층 사이에서 반(反)중국 정서가 확산했다.
우산 혁명 이후 일부 친(親)독립파 단체들은 한층 과격해졌다. 중국인의 홍콩 방문 반대 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작년 2월 설에는 1967년 반영국 폭동 이후 최대 규모 폭력 시위인 '어묵혁명'이 촉발되기도 했다.
홍콩의 전통 먹거리인 어묵 노점상 단속에 대한 반발이 시위로 이어졌고 130명이 부상하고 65명이 체포돼 어묵혁명으로 명명됐다.
주목할 대목은 어묵혁명이 홍콩을 중국과 분리하려는 친독립파의 본격적인 부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홍콩 대학생들이 중심이지만 중·고교로까지 확산한 친독립파는 작년 9월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선거에서 직선제가 적용된 지역구 의석 35석 중 23%인 8석을 차지했다.
친독립파의 부상에는 배경이 있다. 홍콩 주권반환 이후 민주화 수준은 약화하고, 중국인이 홍콩에 대거 몰려오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취업난은 가중됐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어 보인다.
주권반환 20년간 홍콩에 이주해 정착한 중국 본토인구는 150만 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들이 기존 홍콩인의 일자리 등을 위협한다고 여긴다.
홍콩의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작년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를 웃도는 0.539를 기록, 46년 전 지니계수 집계가 이뤄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조사인 2011년의 0.537보다 악화한 것으로 세계 주요도시로는 미국 뉴욕에 이어 두번째다.
작년 자산 상위 10%의 평균 월소득은 11만2천450홍콩달러(1천640만7천 원)로 하위 10%의 2천560홍콩달러(37만3천 원)에 비해 44배에 달했다. 빈부 격차가 커지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2015년 말 64만6천100홍콩달러(9천790만 원)로 10년 전의 2배에 달했다. 아파트 가격과 임대료가 10년 새 각각 223%와 100% 폭등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부유층의 사재기가 홍콩 부동산값을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사회 환경 악화는 중국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이어졌다.
홍콩 중문대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15세 이상 홍콩 주민 1천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0%가 주권반환 이후 사회 전반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 취임하는 캐리 람 새 행정부가 민주화 약화와 경제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는 홍콩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1997년처럼 폭발적인 이민현상이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이공대 청킴화(鍾劍華) 조교수는 1997년 주권반환 이후 중국의 일국양제 보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사회 분위기 등이 이민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