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선거 불리해진 日아베, "어디까지나 지방선거" 의미 축소
고이케 열풍탓 패배예상한 아베, 정국운영에 영향 우려해 선긋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 대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해 주목된다.
반(反)아베 기치를 내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도민우선(퍼스트)회가 자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차후 일본 정계의 중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지만, 선거에 사활을 걸던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지방선거의 하나일 뿐"이라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불리한 판세를 의식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키나와(沖繩)현에서 취재진에 "(도쿄)도 정치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방선거다. (선거에서) 도민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논의가 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도 현안을 다루는 지방의회 선거이지, 정국의 풍향계가 될 전국 단위의 선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도 도쿄도의회 선거와 관련, "어디까지나 지방 선거다. (도쿄)도민의 일상과 관련한 정책을 호소해 한 사람이라도 많은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지방선거'라는 식으로 도쿄도의회 선거가 국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도쿄도의회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며 선긋기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2009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현 민진당)에 크게 패했고, 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중의원 선거에서도 져 정권을 빼앗긴 바 있다.
사실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의 판세는 자민당에 상당히 불리하다. 반(反)아베 열풍과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의 열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 10~11일 도쿄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도민우선회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2.6%로, 자민당(17.1%)보다 많았다. 개혁 이미지로 인해 고이케 지사는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반면 아베 총리는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60%를 웃돌았던 아베내각 지지율은 '가케학원 스캔들' 등으로 급전직하 중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선 아베내각 지지율이 36%까지 떨어졌다.
만약 자민당이 이번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아베 내각의 향후 국정 운영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아베 총리는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해 장기 집권한 뒤 개헌을 성공시켜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욕을 보이고 있지만,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진다면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도 도쿄도의회선거가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아베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은 도쿄도의회 선거와 선긋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선 아베 총리가 선거 전면에 나서는 걸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던 2013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모두 20곳 이상에서 가두연설을 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번엔 아직 유세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총리관저 소식통은 "총리가 유세에 나설지 말지, 언제 유세에 나설지 모두 미정이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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