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내국인면세점 수익 한국공항공사가 빼먹는다
"공항공사가 부동산 임대업자냐" vs "제2공항 건설 재원 마련해야"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제주공항에서 운영 중인 내국인면세점 수익을 한국공항공사가 빼먹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의 내국인면세점 총매출액 5천305억원 중 665억원(이하 부가세 제외)을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냈다.
매출액의 12%로 책정된 영업료와 면세점 매장 임대료 등 시설 임차료를 합친 것이다. 이 가운데 영업료의 비중은 95.8%를 차지한다. 시설 임차료의 비율은 4.2%에 불과하다.
JDC의 지난해 영업이익 1천657억원 중 40.1%가 공항공사로 흘러들어 간 셈이다.
공항공사는 JDC 면세점이 출범한 2003년부터 이 같은 계산 방식으로 영업료와 임차료를 챙겼다. 첫 면세점 매출액은 989억원이고 영업료와 시설 임차료로 40억원을 냈다. JDC는 영업이익 302억원에 순이익 25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거의 매년 영업 요율을 올렸다. 첫해 3%로 시작한 영업 요율은 2006년 6.5%로 배 이상 뛰었다. 2009년에는 9%로 2.5%포인트 올랐다. 2012년에는 12%로 다시 3%포인트 높아졌다.
공항공사가 가져가는 영업료와 시설 임차료는 면세점 영업 9년 만인 2011년 첫해의 10배 이상인 407억원까지 상승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 요율은 고정됐지만, 면세점 매출액 증가에 따라 영업료와 시설 임차료는 자연히 해마다 증가했다.
JDC 면세점 개점 이후 지금까지 공항공사가 가져간 영업료와 시설 임차료 총액은 4천230억원에 이른다. 이는 JDC 면세점의 총 영업이익 1조2천325억원의 34.3%를 차지한다.
이광희 JDC 이사장은 "공항공사가 부동산 임대업자처럼 툭하면 영업 요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민간 기업처럼 막대한 영업료와 시설 임차료를 받고 있다"며 "강력하게 개선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국인면세점 수익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만 써도 부족하다"며 "공항시설 개선은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JDC와 공항공사 모두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지만, 근본적으로 법 취지가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강동원 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은 "제주 제2공항을 국비로 건설해야 하는데 재원이 없다"며 "제2공항을 어차피 공항공사가 건설해야 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려면 오히려 여러 가지 요율을 올려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공항공사가 과도한 요율을 책정해 제주공항에서 벌어서 다른 지역 공항의 적자를 보전함으로써 JDC가 제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유출되고 있다"며 "공항공사는 요율을 낮추고 JDC는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수익을 도민에 환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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