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부당대우·성추행" 주장에 태국,학생 해외취업연수 중단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한국으로 농업기술을 배우러 갔다가 성추행과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태국 학생들의 해외 취업유학이 전면 중단됐다고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태국 노동부 산하 고용국은 전날 외무부, 검찰총장실, 청소년국 등과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한국에서 인턴십에 참여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대학생들의 민원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바라논 피티완 고용 국장은 회의가 끝난 뒤 유학생에 대한 부당대우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해외 취업연수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을 것을 각급 학교와 직업학교, 대학교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태국 북부 치앙라이 농업기술대학 소속 남학생 5명과 여학생 3명은 한국의 한 농업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서 주태국 한국대사관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농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이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계공학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전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목장 일을 시켰고, 한 농장에서 일이 끝나면 다른 농장으로 보내 다시 일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학생들은 농장 직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폈다.
한 여학생은 "그들(농장 일하는 한국인 남성)이 우리를 껴안고 볼에 뽀뽀하거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며 "처음에는 이런 행위가 한국적인 방식의 호감 표현이라는 남성의 말을 믿었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바라논 국장은 이와 관련, "대학 측이 해당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인턴십에 참여한 학생들의 복지와 혜택 등에 관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해외 취업연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취업연수에 참여하는 태국 학생은 1만6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해외에 나가서 선진기술을 익히며,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은 자국내 인력보다 싼 노동력을 공급받는다.
한 태국 정부 소식통은 "취업연수 학생 중 상당수가 급료와 복지 문제, 계약서와 다른 노동조건 때문에 고용주와 갈등을 빚은 바 있으며, 이런 문제로 인해 연수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연수 프로그램 자체가 부실해 값싼 노동력을 수출하는 인력송출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있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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