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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닉 전 우버 CEO, 실리콘밸리 '롤 모델'서 '반면교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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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러닉 전 우버 CEO, 실리콘밸리 '롤 모델'서 '반면교사'로

NYT "캘러닉 개인의 실패 아닌 우버의 실패"…"목적이 수단 정당화 할 수 없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차량 공유와 택시 영업을 결합한 아이디어로 세계 최대 스타트업을 일군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전 CEO의 초고속 성장과 최근 6개월간의 급전직하는 '실리콘 밸리의 반면교사'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불도저식 사업 확장과 저인망식 펀드 조성으로 우버를 6년여 만에 '유니콘'의 탑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그의 마초적이고 성과제일주의 경영스타일은 우버의 사내문화를 파괴적으로 만들었고, 이것이 결국 그를 우버 CEO 자리에서 아웃시켰다는 것이다.

캘러닉의 벤처 창업은 UC 버클리대학 컴퓨터 공학과에 재학 중일 때 친구들과 냅스터와 유사한 P2P 파일 공유 서비스인 스쿠어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캘러닉은 졸업 후 또 다른 파일 공유 서비스사인 레드 스워쉬를 만들었고 이 회사는 2007년 1천500만 달러에 팔렸다.


2008년 그는 차량공유회사인 우버에 합류했다. 우버를 처음 고안하게 된 데 대해 캘러닉은 친구와 파리의 IT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어서 차량 공유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 방송은 "이는 과장된 창조 신화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은 개럿 캠프라는 기업인이 2008년 중반 샌프란시스코 2개 대형 택시회사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간 후 택시를 부르기가 어려워지자 우버를 처음 생각하게 됐고 그가 캘러닉을 포함한 4명을 데려와 우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버는 2010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했고 그해 12월 캘러닉은 CEO 자리를 맡게 된다. 그리고 캠프와의 사내 파워 게임에서 승리해 '최초 아이디어 제공자'였던 그를 회사에서 몰아냈다.

그의 사업은 미국 곳곳, 세계 각국 택시기사들의 '내 밥그릇을 빼앗지 말라'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급속히 확장됐다.

택시보다 훨씬 싸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부를 수 있는 편리한 우버를 승객들은 사랑했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부업으로 용돈을 벌 수 있게 된 우버 기사들은 행복해했다.

그가 CEO가 된 지 4년 만에 우버는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도시로 사업을 넓혀 나갔고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영예를 얻게 됐다. 2015년 우버의 시장가치는 510억 달러를 넘어섰고, 투자자들은 IPO(기업공개)를 요구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했다.

이 무렵 전 세계 수만 명의 우버 기사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자신들을 '계약자' 신분이 아닌 '종업원' 신분으로 분류해 대기업 직원의 편의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우버 측은 "많은 기사는 개인 사업자이길 원한다"며 이 요구를 거부했다. 2016년 말 우버의 시장가치는 680억 달러로 불어났다.


캘러닉의 위기는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작됐다. 캘러닉은 트럼프 취임 직후 재빨리 그의 경제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러자 반 트럼프 기류가 강한 캘리포니아지역을 중심으로 '우버 앱 삭제' 캠페인이 시작됐다. 특히 이민자들이 주류인 우버 운전기사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과 함께 그의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캘러닉은 악화한 여론에 굴복해 3주 만에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캘러닉에게 찾아온 진짜 위기는 지난 2월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인 수전 파울러가 SNS를 통해 사내 성추행 사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자신의 상사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를 회사 인사 부서에 알렸지만, 오히려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우버의 능력제일주의, 성차별주의 등 파괴적인 사내문화에 대한 폭로 기사와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설상가상으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인 웨이모가 "우버가 인수한 자율주행트럭 스타트업인 오토의 창업주이자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 책임자가 구글의 엔지니어로 있을 당시 웨이모의 기술을 몰래 다운로드 받았다"며 기술 절도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버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또 지난 3월에는 캘러닉 CEO가 우버 운전기사와 말싸움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캘러닉의 성품과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됐다. 그는 이후 "나는 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의 우버를 열어갈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반성문을 썼다.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이 속한 법무법인에 우버의 사내문화에 대한 전반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권도 부여했다.

그러나 우버가 공인받지 않은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경찰관을 피하기 위한 '그레이볼'이라는 불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14년 인도에서 발생한 우버 승객 성폭행 사건 당시에는 피해 여성의 의료자료를 불법으로 입수해 캘러닉을 비롯한 임원진이 돌려 본 후 ,사건 배후에 인도의 차량 공유 회사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비화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우버에 대한 비난 여론은 고조됐다.

그 와중에 지난달 보트 사고로 캘러닉은 어머니를 잃었다.

결국, 캘러닉은 지난주 홀더 전 장관의 우버 사내문화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온 직후 '무기한 휴직'을 선언했다. 하지만 우버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고 그의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그는 21일 CEO직 사퇴를 발표했다.

비록 그가 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의 자격을 유지하곤 있지만, 다시 그에게 기회가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NYT는 "캘러닉을 최악의 성향과 관행으로 이끈 것은 그의 주변에 있던 회사 임원들과 그에게 제대로 된 조언 한마디 하지 않은 거액의 투자자 모두에게 있다"면서 "이는 캘러닉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인 문제이고 우버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폰의 윈도 호환 버전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변에서 그에게 그것을 하도록 압박하는 사람이 있었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의 창업주 래리 페이지 및 세르게이 브린에게는 각각 셰릴 샌드버그와 에릭 슈밋이라는 강력하고, 경험 많으며, 정신이 맑은 운영자들이 옆에 있었지만, 캘러닉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NYT는 "최소한 우버의 사내문화를 보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왜냐하면 그 수단이 너무도 무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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