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랑 산인데"…美,아프간군에 삼림위장복 제공·320억 낭비(종합)
아프간서 '낭비전쟁' 재연… "삼림비율 2.1%인데 삼림위장복 채택"
반군도 쉽게 식별해 오히려 위험…아프간 국방장관 '단독' 결정
특별감사관 "돌아다니는 표적이나 마찬가지인 아프간군이 불쌍"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국토 대부분이 산악·사막지형으로 삼림비율이 2%에 불과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삼림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위장복인 '우드랜드 BDU' 전투복을 구매,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USA 투데이,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를 인용, 미정부가 2007년 당시 압둘 하힘 와드닥 아프간 국방장관의 결정을 받아들여 우드랜드 BDU 전투복을 사는 데 모두 2천800만 달러(320억 원가량)를 사용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소프코 특별감사관 명의로 된 17쪽 분량의 보고서는 당시 미 정부 관계자들과 인터넷으로 전투복들을 검색하던 와드닥 장관이 우드랜드 BDU 사진을 보자마자 이 전투복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바람에 미 국방부는 소유권을 갖고 있어 얼마든지 공짜다 다름없이 싸게 사들일 수 있는 다른 위장 전투복 대신 값비싼 우드랜드 BDU 구매를 추진하게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 납세자들은 향후 10년 동안 적게는 6천861만 달러(783억 원), 많게는 7천221만 달러(824억 원)를 낭비하게 된 셈이다.
미 육군 특전단(그린베레) 등 일부 정예부대를 시작으로 1981년부터 채용한 우드랜드 BDU 전투복은 녹색이나 이와 유사한 계통의 단일 색상이던 예전 전투복보다 위장 효과가 뛰어나 생존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이후 전 세계 상당수 국가도 이를 채택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는 삼림비율이 2.1%에 불과한 데다 탈레반 등 반군 세력이 아프간군과 합동작전을 위해 우드랜드 BDU 전투복을 착용한 미군 특수부대 등의 침투사실을 쉽게 파악,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아프간군과의 합동작전 시 미특수부대원들은 우드랜드 BDU 착용을 줄이는 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등 뒤에 '날 쏘세요'라는 글귀를 붙인 채 사막에서 돌아다니는 표적이나 마찬가지인 아프간 병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아프간 국방장관이 자주색이나 핑크색을 좋다고 하면 같은 색깔 전투복을 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피해자는 아프간 병사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이번 사례에 대해 "어이가 없고, 미국 납세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나 마찬가지"라며 "이 과정에서 거액을 낭비한 관계자들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난했다.
아프간 정부를 재정 지원해온 미국이 예산을 허비한 것은 이번 사례뿐이 아니다. 소프코 특별감사관은 1월 한 포럼에서 탈레반 지휘부가 일선 지휘관들에게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공급한 연료, 탄약, 화기 등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이를 사라고 지시한 증거도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SIGAR는 앞서 미국이 '신속대응군' 발족을 위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634대 분량의 M1117 장갑차가 교체 부품과 운영 병력 부족 등으로 7천억 원가량의 돈을 날릴 처지에 놓이는 등 '낭비전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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