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단백질 눈에 넣어 시력 보정한다
아주대 김성환 연구팀 '광학 인공생체조직' 최초 개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서도 시력 보정 효과를 볼 수 있는 안구용 나노 광학 소자가 처음으로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아주대 김성환 교수 연구팀이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 실크 단백질을 활용해 3차원 광자결정 소자를 만들었다고 22일 밝혔다.
광자결정은 서로 다른 빛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구조다.
연구팀이 내놓은 광자결정은 생체 조직과 이질감 없이 결합할 수 있다.
물에 녹지 않으면서 수분을 머금고 있어 구부려도 원상태로 금세 되돌아올 만큼 유연하기 때문이다.
비밀은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 피브로인'에 숨어 있다.
실크 피브로인은 실크 단백질 중 하나다.
고급 옷감으로 쓰이는 실크는 실크 피브로인으로 구성된 섬유다.
연구팀은 실크 피브로인 수용액에 염료(스틸벤)를 혼합하고서 빛을 쪼여 결합(광중합 반응)했다.
그 결과 유연한 실크 단백질 기반 3차원 광자결정을 얻을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험 결과 이 소재는 안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빛을 안구 안으로 재반사했다.
다시 말해 망막을 투과한 빛이 다시 시각 세포로 돌아오는 건데, 안구에 삽입하면 시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아울러 실크 유연 광소자가 안압을 감지하는 무선 센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소자의 광 밴드갭(빛이 진행·통과할 수 없는 파장 대역)을 간단한 광학 장비로 원격 측정해 파동 변화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었다.
이는 안구에 부착한 실크 단백질 광자결정을 이용해 녹내장 진단 기준이 되는 안압 측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연구팀은 부연했다.
김성환 교수는 "인체조직과 같은 물성을 지닌 물리 소자를 구현하는 건 그간 학계의 난제 중 하나였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조직과 결합할 수 있는 나노 광학 소자를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안압의 무선 광신호 측정, 시력 향상용 안구 삽입체 등 헬스케어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X-프로젝트 지원 사업과 교육부 이공학 개인 기초연구 지원 사업으로 수행했다.
성과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 13일 자에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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