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이런 맛이 있어야지'에 완투로 화답한 해커
"박정권 타구 놓친 건 이해 안 가…팀 이겨 완봉 놓친 건 괜찮아"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21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전날 SK 우완 문승원에게 생애 첫 완투승을 '선사'한 김경문 NC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선발 등판하는 소속팀 에릭 해커에게 들려줬음 직한 말을 취재진에게 에둘러 했다.
김 감독은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인 제프 맨쉽의 공백을 아쉬워하면서 "외국인 투수라면 완투, 완봉할 수 있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면서 "팀이 어려울 때 중간 투수들이 쉴 수 있도록 혼자서 경기를 책임지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홈런 군단 SK에 3방의 홈런을 맞고 1-7로 패한 것을 두고도 김 감독은 "이곳에서 원래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가. 좋은 투수가 나가면 다를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말에서 주어를 해커로 바꾸면 모든 말이 술술 풀린다. 해커가 던지면 어제와는 다를 것이고, 그에게 어제 문승원처럼 완투나 완봉을 원한다는 뜻처럼 들렸다.
해커는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맨쉽과 '해결사' 재비어 스크럭스가 빠진 상황에서도 KIA 타이거즈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이는 팀의 구원진에게 귀중한 휴식을 주고 7승째를 통산 두 번째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8회까지 90개의 공으로 SK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해커는 9회 첫 타자 한동민의 타구를 2루수 이상호가 제대로 잡지 못해 내야 안타로 주자 크게 낙담했다.
KBO리그 5년 차를 맞이해 첫 완봉승에 도전하던 터였기 때문이다.
2사 1루에서 나주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 2루 실점 위기에 몰린 뒤 해커의 투구 수는 급격하게 늘었다.
완봉승을 크게 의식한 해커는 대타 정의윤에게 8구째에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줬다.
완봉이 깨진 아쉬움이 컸던 탓일까.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박정권의 뜬공을 잡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가 어처구니없게 놓쳐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2사 만루에서 이성우와의 한판 대결은 이날의 백미였다. 해커의 완투승과 SK의 끝내기 승리를 놓고 두 선수가 벌인 11구째 승부에서 승자는 해커였다.
유격수 땅볼로 이성우를 잡고 2-1 승리를 이끌어 마침내 웃은 해커는 "박정권의 타구를 놓친 건 이해가 안 간다"면서 "내가 투수로서 좋은 수비수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고 운을 뗐다.
4번의 완투패를 포함해 KBO리그에서 통산 6번째 완투를 기록한 해커는 "SK에 강타자가 많았다"면서 "어제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져 불펜이 빨리 가동됐기에 오늘 내가 최대한 많이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해커는 "포수 김태군의 좋은 볼 배합과 나성범의 2타점이 승리의 원동력"이라면서 "팀이 이겨서 내가 완봉을 하지 못한 것은 괜찮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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