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친척 반대로 후견인 지정 무산
우울·조울증 등 건강 문제…법원, 청구인으로 복지재단 지정
"나를 후견인으로" 청구 냈던 친척, 법원 결정에 불복해 취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41)씨에게 법률행위를 대신 처리하는 한정후견인을 지정한 법원 결정이 친척의 반대로 무산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의 성년후견인으로 나를 지정해달라"고 청구했던 박씨의 이모 A씨는 최근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김수정 판사에게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박씨가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을 앓아 사무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없으며 건강 문제로 입원치료를 앞둔 상황이라면서 자신과 박씨의 고모를 박씨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면접조사 등 여러 방편으로 건강을 확인한 끝에 박씨에게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박씨의 사무처리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정도'가 아닌 '다소 부족한 수준'이라 보고 성년후견인 대신 한정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가족 사이 갈등이나 재산분쟁을 우려해 A씨가 아닌 국내 한 복지재단을 후견인으로 정했다.
그러자 A씨는 소송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신청을 취하한다는 취지의 서류를 냈다. 청구인 A씨가 취하서를 내면서 후견인을 지정한 법원 결정은 무위로 돌아갔다.
A씨는 자신이 후견인이 되려고 했다가 의도와 달리 제삼자인 복지재단이 선임되자 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일처리에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도 가족이 청구를 취하하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지적은 그간 여러 차례 나왔다.
특히 가족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성년·한정후견인을 자처했던 청구인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결정이 나오면 돌연 청구를 취하하는 등 악용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법원 관계자는 "박씨처럼 청구인이 취하하면 후견인 조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더라도 법원은 아무런 조치 없이 사건을 끝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5년 2월 의결한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에서 가정법원이 허락할 때만 성년후견개시 청구를 취하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법무부에 제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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