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아픈 역사 치유하고 싶어요" 건양대 한 학생의 헌혈 이유
일본인 어머니 "대한민국에 보은하는 방법…실천하는 아들 대견"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 같은 대한민국 일원으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충남 논산 건양대 세무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권열(23)씨는 고교 시절부터 헌혈을 시작해 지금까지 모두 24차례 헌혈을 한 '교내 헌혈왕'이다.
건양대가 최근 교내 헌혈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헌혈 참여횟수를 조사해봤더니 이씨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해병대에 입대해 군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헌혈했는데, 복무지인 백령도가 말라리아 발생지라 전혈헌혈은 하지 못하고 혈소판과 혈장만 채혈하는 성분헌혈을 했다.
2015년 11월 백령도 복무를 끝냈지만, 말라리아 발생지역 근무자는 2년간 전혈헌혈이 금지돼 지금도 틈틈이 성분헌혈을 하고 있다.
이씨가 이처럼 지속해서 헌혈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이씨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다문화가정 출신', '일본인 어머니'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자란 이씨는 어떻게 하면 이런 편견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을 해왔다.
그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애국적인 방법으로 '헌혈'을 택했다.
이씨의 어머니 요시타케 사토미씨는 아들에게 수시로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한다.
요시타케 사토미씨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 역사에 비춰 자녀들에게 항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보은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하고 있다"며 "헌혈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아들이 스스로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이런 가르침은 이씨가 힘들기로 소문난 해병대에 자원해 적극적으로 군 생활을 마친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일본인이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아픈 역사를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다는 그는 "저의 피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로부터 각각 물려받았지만, 헌혈이라는 작은 행동이 양국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같은 대한국민 국민으로, 똑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young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