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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의 역사학] 19년에 7번 온다…"결혼하고 수의 만들기 좋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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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의 역사학] 19년에 7번 온다…"결혼하고 수의 만들기 좋은 달"

윤달 결혼 기피는 잘못된 속설 탓…동국세시기 "만사 꺼릴 것 없는 달"

6월 24∼7월 22일 '윤 5월'…양력·음력 보정 위해 윤달 끼워 넣어



(전국종합=연합뉴스) 윤달(閏月)의 개념을 모르면 이번 토요일 달력을 보고 의아해할 수 있다. 이달 24일의 음력이 6월 1일이 아니라 '윤 5월 1일'로 적혀 있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는 윤 5월, 즉 윤달이다. 음력 5월이 두 번 반복되는 셈이다. 2014년 윤 9월(10월 24∼11월 21일) 이후 3년 만의 첫 윤달이다.

양력이 대세인 요즘 윤달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윤달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기도 하지만, 이는 왜곡된 습속 영향 때문이다.

◇ 윤달, 이래서 필요했다

양력(태양력)은 흔히 지구가 해의 둘레를 한 번 도는 동안을 1년으로 하는 달력이다. 음력은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현상을 기초로 한다.

정확하게는 태양이 황도상의 춘분점을 출발해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 즉 태양년이 양력의 1년이다.

1태양년은 365.2422일이다. 평년은 365일을 쓰고, 우수리 0.2422일을 모아 대략 4년 주기로 2월에 하루를 더해 29일을 만든다.

이때 2월 29일은 '윤일'이며 그해 1년은 366일이 된다. 400년간 97일의 윤일이 발생한다.

민간에서 알고 있는 음력은 태음 태양력이다. 음력의 한 달은 29.53059일로 달의 공전 주기다. 보름달이 된 때부터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의 시간, 즉 1삭망월(朔望月)로 풀이할 수 있다.

1년 기준으로는 354.3671일로, 태양년보다 약 11일 짧다. 그대로 두면 음력이 계절을 1년에 약 11일씩 앞서간다.

음력 12월 겨울 출생자가 20년 후쯤 여름에 생일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윤달이다.


◇ 신기한 19년 7윤법·무중치윤법

윤달은 쉽게 말해 한 달을 끼워 넣어 계절과 음력 날짜를 맞추는 것이다. 이때 음력 1년은 13개월이 된다. 윤달은 3년에 1개월, 8년에 3개월, 11년에 4개월, 19년에 7개월 등 식으로 적용된다.

19태양년 일수는 6천939.6018일로, 235삭망월(12월×19+7월) 일수 6천939.6887일과 거의 같다. 19년을 주기로 7번 윤달을 넣으면 태양력과 일치된다는 뜻이다.

양력과 음력의 날짜 차이를 보정하는 것을 '19년 7윤법'으로 부르는 이유다.

윤달을 아무렇게나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24 절기(節氣)·중기(中氣) 가운데 중기가 들어있지 않은 첫 달을 윤달로 삼는다.

12개 중기는 거의 균등하게 배열돼 있지만, 간혹 중기가 들어있지 않은 달이 있다.

올해의 경우 하지가 6월 21일(음력 5월 27일)이고, 다음 중기인 대서는 7월 23일(음력 6월 1일)에 있다.

음력 6월 1∼29일이어야 했을 6월 24일∼7월 22일 사이에 중기가 없어 이 기간이 윤달로 지정된 것이다. 이렇게 윤달을 두는 방법이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박한얼 박사는 "한 해에 중기가 없는 달이 두 개가 생길 수도 있다"며 " 그러면 먼저 중기가 없는 달이 윤달"이라고 설명했다.


◇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무탈한 달

윤달은 여벌달, 공달, 덤달, 가웃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옛 조상들은 동티가 날 일이 없는 길한 달로 여겼다.

이장, 수의 만들기, 집·변소 수리 등 평소에는 불경, 액운 문제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에 나섰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 난다'는 속담도 있다.

그런데 윤달에는 결혼·출산을 피하는 습속이 전해 내려왔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정 탄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디지털청주문화대전에 따르면 홍석모의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1849년)에는 "장가들고 시집가기 좋고 수의 만드는 데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구절(俗宜嫁娶又宜裁壽衣 百事不忌)이 있다. 적어도 조선 후기까지는 윤달은 '축복'의 달이었다.

김명자 안동대 민속학과 명예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윤달에는 뭐를 하든 조심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길사에 잡신이 엮이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결혼이나 출산을 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묘지 이장 등 궂은 일을 앞다퉈 하는 달에 굳이 경사까지 치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심리도 작용했을 수 있다. 윤달 출산을 꺼린 것은 윤달 생일이 19년에 7번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A 철학관 관계자는 "윤달에 경사를 미룬 것은 기념일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해마다 기념할 수 없는 달이라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윤달에 결혼하고 태어나 기념일이 3년에 한 번 돌아온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재천 이강일 이재림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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