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MSCI 선진지수 편입 왜 안될까
외국인 투자자 일부 요구 수용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 중국 본토에 상장된 중국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에 성공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MSCI는 20일(현지시간) 연례 시장 분류 심사에서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MSCI는 이날 발표에서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편입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외국인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2014년 빠졌다.
MSCI는 2014년 심사에서 선진시장 편입 요건인 시장 접근성과 관련해 몇 년간 개선 성과가 없었다며 한국과 대만을 선진시장 지수 편입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본토 증시가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해왔다.
중국 증시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이 자금 재배분에 나서 한국 증시에서 일부 투자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 요구를 일부 수용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30분씩 연장하는 한편 올해 3월 외국인이 한 번의 등록으로 다수의 주문이나 결제를 할 수 있는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도입하는 등 선진시장 편입을 위해 다각도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외국인의 거래 편의성 제고를 위한 일부 요구는 수용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런 외국인의 일부 요구는 수용하기 곤란한 무리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은 한국의 원화가 환전성이 부족해 투자하기 불편하다며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은행을 거치지 않고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은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를 갖춘 한국 시장 특성상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 외국인에 대한 투자등록 제도를 아예 없애 달라는 요구 역시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외국인 입장에선 투자등록을 하지 않고 꼬리표 없이 주체 불명 상태로 투자하길 원하겠지만, 한국 관계 당국으로선 시장 교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MSCI가 코스피 지수 사용권을 달라는 요구도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의 본질과 거리가 먼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역외시장 원화 거래 지원 요구를 수용하면 원화의 통제 기능이 사실상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넘어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부담될 것"이라며 "외국인의 일부 요구는 한국 증시의 선진국시장 편입 본질과 관련이 없는 데다 시기상조인 사안도 있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본토 증시가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에 성공하면서 한국 증시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과 중국 증시가 MSCI의 신흥시장 지수 안에서 몇 년간 공존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을 나눠 갖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몇 년에 걸쳐 이뤄진다고 해도 한국 증시에서 일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은 불가피해졌다. 대상 종목은 222개 대형주로 비중은 0.73% 수준이다.
황 실장은 "한국 증시는 기초여건(펀더멘털)만 보면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게 맞지만, 지연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한국 증시가 신흥국 시장 지수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중국 증시의 신규 편입 결정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오르더라도 1년 후에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하고, 바로 결정이 내려져도 실제 편입은 또 1년 후에 이뤄진다.
indi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