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다슬기…수심 낮아진 하천서 사망·실종 잇따라
충북서 닷새동안 5명 사망·실종…가뭄이라 물 없어도 위험
폭염 속 이끼·수초 우거져 수영 잘해도 위험 처하기 십상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무더위 속에 다슬기를 잡기 위해 물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하천을 얕보고 방심했다가 생긴 일이다.
전문가들은 수심이 얕더라도 물속에는 도처에 함정이 도사리는 만큼 반드시 안전장구를 갖추고, 야간이나 낯선 곳에서 혼자 물에 들어가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19일 오후 4시 3분께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 금강에서 A(73)씨가 물에 빠져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선글라스와 가슴까지 덮는 물장화를 착용한 상태였다.
A씨는 전날 다슬기를 잡겠다며 집을 나간 뒤 귀가하지 않아 가족에 의해 실종신고된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가덕교 부근 금강에서도 가족·친구 등과 다슬기를 잡던 B씨가 실종됐다.
일행들은 경찰에서 "강너머 여울에서 다슬기를 잡던 B씨에게 '식사 준비를 했으니 넘어오라'고 소리쳤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잠수부를 동원해 실종 장소 부근을 수색하고 있다.
주말인 17일 오후 6시 7분께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달천강에서 지인 2명과 다슬기를 잡던 C(75·여)씨가 물에 빠져 숨졌고, 같은 날 오후 10시께 옥천군 군북면 지오리 하천에서도 다슬기를 잡으러 나간 D(71·여)씨가 물 속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6일에는 청주시 미원면 옥화리 미원천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실종된 70대 여성 시신을 행인들이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물속은 미끌거리는 이끼나 수초 등이 우거져 자칫하면 몸의 균형을 잃고 위험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뿐 만 아니라 잔잔해 보이는 하천이라도 몸을 움직이다 보면 갑자기 움푹 패여 수심이 깊어지는 함정을 만날 수 있고, 물살이 센 위험지대도 수두룩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옥천소방서 관계자는 "B씨가 실종된 금강 수역도 겉보기와 달리 중심 부분은 수심이 2m가 넘고 물살이 거센 데다, 바닥이 미끌미끌한 수초로 덮여 있었다"며 "무턱대고 뛰어들면 위험에 처하기 십상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날 저문 뒤 혼자 다슬기를 잡는 것도 금물이다.
날이 저물면 주변 환경이나 수심 등을 가늠하기 어렵고, 위험에 처하더라도 구조요청이 쉽지 않다.
최근 발생한 5건의 익사사고 중 3건은 날이 저문 뒤 일어났다.
옥천소방서 관계자는 "아무리 수영에 능한 사람이라도 물속에서 순간적으로 당황하면 대처능력을 잃게 된다"며 "물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얕은 곳이라도 혼자 가거나 해진 뒤 입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옥천군과 옥천소방서 등은 최근 수난사고가 발생한 현장 주변에 시민수난구조대를 배치해 순찰활동을 강화한 상태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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