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송환' 대학생 웜비어 사망…美대북여론 악화일로
CNN "아주 슬픈 뉴스…대북조치 주목"…한미정상회담에 '불똥'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9일(현지시간) 귀국 엿새 만에 숨지면서 미국 내 대북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북·미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
애초 웜비어 송환 소식은 북미 간 대화 재개 전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하면서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미국을 떠났던 웜비어는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미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평양을 여행하다가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선고 직후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겼고, 지난 6일 갑자기 미국 측에 웜비어를 데려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으나, 귀국 후 그를 치료한 미 의료진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증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웜비어가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나는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됨에 따라 구타 및 고문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미 정부는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된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를 입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데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사망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관계는 악화 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CNN방송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전하며 "우리는 돌아온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조차 없었다. 아주 슬픈 뉴스"라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셀던 화이트하우스(민주) 상원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미 전역에서 웜비어 가족을 향한 애도의 물결이 일 것"이라며 대북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석좌연구원도 북한이 웜비어를 적절한 의료 조치 없이 1년 넘게 억류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북미 대화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웜비어 사망이 오는 29~30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미칠 파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되면 "핵·미사일 시험 중단시 대화할 수 있다"며 남북대화에 무게를 싣는 문재인 대통령과 첫 만남부터 이견이나 의견 충돌을 빚을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미국은 지난주 방미한 문정인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통령특보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등 돌출 발언을 쏟아낸 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바 있다.
미 국무부 앨리시아 애드워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런 시각이 문 특보의 개인적 견해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을 반영한 것이 아닐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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