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12.43

  • 29.16
  • 1.13%
코스닥

740.48

  • 13.07
  • 1.80%
1/3

[르포] "민심만 피폐…" 천지원전 건설 중단설에 영덕주민 동요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르포] "민심만 피폐…" 천지원전 건설 중단설에 영덕주민 동요

"6년간 아무것도 못 해…재산권 행사 못 한 데 따른 적절한 조치 있어야"

신한울 3·4호기 설계 중단한 울진도 '뒤숭숭'…상황 추이 주목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6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니더(없었습니다). 집이 고장 나도 고칠 수가 있나. 이런 판에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우야자는(어쩌자는) 말인교(말입니까). 손해가 막심하지요."

19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회관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70∼80대 할머니 9명이 원자력발전소 얘기를 꺼내자 저마다 하소연을 쏟아냈다.

동해와 맞닿은 작은 어촌마을인 석리는 65가구 180명이 산다.

작은 항구를 끼고서 어업에 종사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식당·숙박업을 하며 살아간다.

차를 타고 휙 지나가는 사람은 보기 어렵지만 마을에 들른 외지인은 비탈을 낀 아름다운 마을 풍광에 탄성을 지르곤 한다.

정부는 2011년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를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로 선정하고 2012년 새 원전 건설 예정지로 고시했다.

천지산 아래에 짓다가 보니 천지원전이란 이름이 붙었다.

석리는 마을 전체가 원전 건설 터에 들어갔다.

초기부터 주민 사이에 갈등은 있었다.

원전 건설로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주민과 예전대로 살고 싶다는 주민으로 나뉘었다.

2015년에는 정부 불허 속에 민간단체 주도로 영덕군민 전체를 상대로 한 원전유치 주민 찬반투표가 열리기도 했다.

최종 투표율 32.5%로 투표자 수 3분의 1에 미달해 효력을 잃었다.




석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은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는 말에 동요했다.

하경란(83·여)씨는 "원전 건설이 아니었으면 집이든 땅이든 팔고 여생을 보냈을 건데 원전 터로 묶여서 팔지도 못하고 집수리도 못 한 채 지금까지 이러고 산다"며 "주민 고통이 심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측이(87·여)씨는 "주민 대부분은 원전이 들어오기를 원한다"며 "안 들어오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준비 중인 신규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착공 전인 신한울 3·4호기, 영덕천지 1·2호기 백지화 전망이 나온다.





주민이 걱정하는 것은 아직 보상이 채 마무리되지 않아 보상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사이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천지원전 터는 324만6천657㎡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천295㎡를 사들였다.

일부 펜션 땅은 영업권 때문에 신청을 받고도 보상을 끝내지 못했다.

주민은 투기를 노린 외지인은 일찌감치 보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눈치 보다가 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주민만 손해를 보는 꼴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마을회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한 펜션에서도 주민 4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한 펜션 주인(62)은 "건설을 6∼7년 끌었는데 백지화한다면 피해 보상이라도 청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보상받지 않은 사람도 막막하지만, 투기꾼 외에 실제 주민 중에 보상받은 사람도 오갈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을 이장 김영찬(62)씨는 이런 상황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 이장은 "개인적으로는 원전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들어오든 오지 않든 큰 상관은 없다"며 "다만 원전 건설 장기화로 주민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기거나 민심이 피폐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전부터 정부는 원전이 들어설 땅을 팔지 못하게 했다"며 "건설하든, 하지 않든 정부가 빨리 결정해야 하고 만약 건설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덕 북쪽에 있는 울진군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수원은 지난 5월 25일 울진에 건설할 예정이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시공 설계를 보류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원전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도 건설 백지화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울진군과 한수원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직 명확한 지침을 받은 것이 없어 지금은 지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는 건설과 관련해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