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총성 멈출 때까지 계엄령 지속…제동 걸려도 재발동"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반군이 활동하는 필리핀 남부지역의 계엄령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야권과 인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19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주말 군부대를 시찰한 뒤 기자들에게 "단 한 발의 총성이 다시 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만족할 때까지 계엄령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인 '마우테'가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에 침입하자 필리핀 국토면적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민다나오 섬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토벌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몰려 사는 민다나오 섬에서는 마우테와 아부사야프 등 크고 작은 이슬람 반군들이 테러와 납치 등을 자행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법원이 계엄령 무효화를 결정하면 받아들이겠지만, 계엄령 부활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반란세력이 민다나오 섬이나 다른 지역을 불태운다면 계엄령을 다시 선포할 수밖에 없다"며 "이때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선포한 것과 같은 계엄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72∼1981년 계엄령을 실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인권 유린을 일삼았다.
대법원은 마라위 시 사태가 정부군의 테러리스트 체포 작전과 반군의 저항에서 비롯된 무장 충돌로, 헌법상 계엄령 발동 요건인 반란이나 침략으로 볼 수 없다며 계엄령 선포를 백지화시켜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청원을 심리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계엄령 지역에서 군인들이 여성들을 성폭행해도 좋다는 농담을 했다가 인권·여성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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