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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듀, 고리 1호기"…현장은 아쉬움 속 차분한 이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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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듀, 고리 1호기"…현장은 아쉬움 속 차분한 이별준비

38년 지켜본 박지태 발전소장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산=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영구정지 D-4'.

1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출입문 앞에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이별의 시간을 예고하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출입신청과 지문등록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 뒤 회전문을 통과했다. 안전모를 쓰고 건물 밖으로 나가니 거대한 콘크리트 돔형 건물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멀리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국내 원전의 '맏형', 고리 1호기였다.

고리원전의 회색 건물과 이를 둘러싼 콘크리트 방호벽, 바로 옆에 펼쳐진 회색빛 바다는 다가올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쓸쓸한 풍경을 그려냈다.

"40년간 운영한 고리 1호기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박지태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1979년 입사해 고리 2호기에서 근무하며, '풋풋했던' 고리 1호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터라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박 소장이 격납 건물 옆에 있는 터빈실의 문을 열고 취재진을 안내했다. 이제 4일밖에 듣지 못할 고리 1호기의 마지막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펌프와 각종 배관이 복잡하게 배열된 터빈실은 '윙'하는 기계음 소리로 가득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터빈을 돌릴 때 나는 이 소리는 원전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지만, 이 소리는 조만간 영원히 들을 수 없게 된다.

40년 됐다기에는 배관이 무척 깨끗했다. 박 소장은 "고리 1호기는 최근 배관 등 설비를 모두 바꿨다. 사람에 비유하면 혈관을 모두 교체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원전을 멈춰야 하는 것은 기술자로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리 1호기가 원전 해체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구정지를 위한 과정이 진행될 터빈실 3층의 주제어실도 이날 공개됐다. 비상시 원자로의 온도를 안전하게 낮추는 제어장비와 원자로 출력장비, 방사선 감시장치, 외부에서 전원공급이 중단될 경우 가동되는 비상 발전기 제어기, 가동 중 문제가 생길 때 따라야 할 대응 매뉴얼, 가동 상태를 알려주는 계기판를 비롯한 갖가지 장치가 늘어서 있었다. 근무자들은 계기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원자로에 이상이 없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흘렀다.

주제어실 한가운데 고리 1호기의 원자로 출력이 100%, 발전기 출력이 608㎿임을 나타낸 전광판이 보였다. 이 붉은색 숫자는 영구정지 이후로 모두 0으로 변한다.

17일 새벽부터 고리 1호기는 발전 속도를 줄이며 영구정지를 위한 과정을 밟았다. 18시에는 발전기 정지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발전기를 멈추고, 19시께는 제어봉을 넣어 원자로를 정지했다. 또 냉각재를 부어 300℃에 달하는 원자로의 온도를 18일 24시 영구정지까지 93℃ 정도로 떨어뜨린다.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뒤 40년 만에 꺼지는 셈이다.

원전 영구정지 뒤에는 원자로 내부의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꺼내 저장조에서 5년간 냉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해체 작업은 2022년 이후에 진행될 계획이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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