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유전자변형작물 "생산성 향상" vs "되레 농촌 망친다"
농촌진흥청·환경단체 갑론을박 속 녹색연합 62일째 농성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
이곳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근린공원에 전북녹색연합 회원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62일째인 19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농촌진흥청 유전자변형(GM)작물 시험재배지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탁에 오른 GM 작물이 인체에 유해한 데다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농촌도 망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까지 GM 작물 80종을 개발·연구한 뒤 20건의 안정성 평가를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
◇ 환경단체 "유해하다" vs 농촌진흥청 "인체에 무해"
GM 작물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환경단체와 농촌진흥청의 갈등이 첨예하다.
GM 작물의 유해성 논란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있었다.
1998년 영국의 푸스타이박사는 유전자변형 감자를 먹은 쥐의 면역력이 저하됐고 뇌와 간 등의 장기가 손상됐다고 학계에 보고했다.
2012년 프랑스의 셀라리니 교수도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은 쥐가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전북녹색연합의 주장도 다르지 않다.
단체는 제초제에 죽지 않고 해충에 저항성을 갖는 GM 작물들이 독성물질에 내성을 가진 해충을 등장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경작지는 황폐화하고 생태계가 파괴될뿐더러 GM 작물 섭취 시 백혈병이나 자폐증, 불임 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농촌진흥청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상용화를 목표로 수십 수백 종의 GM 작물을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이 작물들이 우리 가족, 친구들의 식탁에 올라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상상조차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농촌진흥청은 GM 작물의 무해성을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상용화된 GM 작물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평가 기준에 따라 안정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5월 미국한림과학원(NSA)은 지난 20여년 동안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GM 농작물이 일반 농작물과 같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의 전문기관이 GM 작물에 환경 위해성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며 "심지어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GM 작물 개발 반대운동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 개발의 역설…생산성 향상이 농촌 망치나
농촌진흥청이 GM 작물을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촌의 생산성 향상이다.
어떤 GM 작물이든 일반 작물 대비 20∼30%의 생산성 증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최소 20%를 목표로 개발에 임한다고 농촌진흥청은 설명한다.
일손 부족과 병충해로 고통받는 농민의 걱정을 덜어줄뿐더러 농업생명공학기술 분야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GM 작물 개발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중국이 GM 작물 개발과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국제 동향을 외면하면 농업생명기술 분야의 선진화는 이루기 어렵다"며 "농촌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도 GM 작물 개발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북녹색연합은 오히려 GM 작물이 농촌을 망친다고 반박한다.
2015년 기준 농촌진흥청이 있는 전주시와 완주군에는 20만㎡ 면적에 7개 품목의 GM 작물이 시험재배 중이다.
단체는 전북의 논밭에 GM 작물이 확산할 경우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인증은 취소되고, 전북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가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관계자는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에 친환경 농산물 바람이 불었고, 소비자들도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시대에 안정성도 입증되지 않은 GM 작물을 우리 땅에 심으면 농촌은 결국 망한다"며 "농촌진흥청은 상용화 추진 계획을 중단하고 국민 먹거리에 대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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