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22분간 '표적수사' 비판…"사건 아닌 사람 중심 수사"
"민정수석은 대통령 지시받으면 해야 한다"…문체부 인사개입 부인
직권남용·직무유기 재판서 혐의 부인…"무죄 추정 원칙 지켜 달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표적 수사'를 받았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자신은 공직자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진술했다.
그는 우선 "저는 항상 사심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걸 대원칙으로 삼았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동안 대통령이 언제 전화할지 알 수 없어 책상, 안방, 서재, 통근 차량, 화장실까지 메모지나 수첩을 두고 대기하며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일만 하며 살아온 제 인생은 작년 7월 18일 조선일보의 처가 땅 관련 기사 이후 모든 게 변했다. 잘못된 언론보도로 한순간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억울해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에 대해선 거침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원칙·정도를 벗어난 '표적수사'를 당했다는 취지다.
그는 "수사는 예컨대 살인이 발생하면 이를 수사해 범인을 찾는 방식, 즉 사건을 보고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는 강남역 땅으로 의혹 제기됐다가 결국 국정농단과 관련 없는 민정수석 업무와 관련해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결국, 사건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수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전 수석은 혐의 사실도 모조리 반박했다.
문체부 인사개입 등 민정수석의 직권을 남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수석 비서관들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는 대통령 재량에 맡겨져 있다. 결국, 비서실의 어떤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는 대통령 권한 범위 내인지를 따지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일을 처벌할 땐 공무상 목적이 아닌 사적 목적이나 욕심이 개입됐을 때 뿐"이라며 "저는 사적 욕심 없이 업무를 했고 대통령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런 지시를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등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대통령 지시를 받았다면 해야 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국 K스포츠클럽 실태 점검 준비를 하게 하고, 공정위에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게 한 혐의에 대해선 "모두 미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의혹을 감찰하지 않은 혐의도 "특검법 (발의) 취지는 (국정농단) 사건을 왜 (사전에) 알지 못했느냐는 건데, 공소사실은 이미 사건이 모두 벌어진 다음에 감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의혹을 왜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이유로 특검법이 만들어졌는데, 정작 검찰·특검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는 "어제 적법하다고 한 건 오늘도 적법해야 하는 게 법적 안정성이다. 제가 한 일은 역대 모든 민정수석이 해 오던 일"이라며 "검찰이 상황에 따라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달리 보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에게는 "제가 청와대에서 공직자로 근무했지만, 그 이전에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며 "국민으로서 무죄 추정의 원칙 하에 공정한 재판을 받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을 22분간 진술한 뒤 이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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